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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에 얇아진 지갑…'소득세 물가연동제' 현실화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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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과세표준 구간별 소득세율/그래픽=김지영


코로나19(COVID-19) 이후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한 가운데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도 원론적이나마 제도 도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물가와 연동돼 소득세가 매겨지면 고물가 시기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세수 결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에 따른 체감 효과가 서민보단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돌아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15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물가 관련된 연동 부분은 근본적인 문제"라며 "종합적으로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란 소득세 과표구간, 세율,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물가가 오르면 이에 연동해 소득세 과표구간, 세율, 각종 공제제도를 조정해 실질 세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22개 나라가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운용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현재 소득구간별 누진세율을 적용 중이다. △1400만원 이하 6% △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15% △50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 35%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38%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4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42% △10억원 초과 45% 등이다.

문제는 해당 과세표준 구간이 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 등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8800만원을 경계로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데 이 경계선 8800만원은 2008년 이후 그대로다.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과표 하위 2개 구간(1200만원 이하→1400만원 이하,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을 상향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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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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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물가 상승에 따라 소득세 부담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2024년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소득세의 과표구간 상승효과의 추정과 영향 분석'에 따르면 2014년 268만원이었던 가구당(과세소득 보유 기준) 평균 소득세액은 2022년(2014년 소득세법 적용시) 402만원으로 134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85만원만 실질소득 증가 등 실효세 부담 증가에 따른 것이고 나머지 49만원은 물가 상승 영향으로 늘어난 세액이란 분석이다.

다만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이 현실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크다. 당장 최 부총리의 국감 발언이 원론적 언급 수준이라는 게 기재부 측 설명이다.

기재부의 고민은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도입되면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정부 주머니 사정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세는 3대 세목 중 하나로 올해 1~8월 누적 77조1000억원 걷혔다. 이 기간 전체 국세수입(232조2000억원)의 약 33.2%를 차지한다.

더구나 2022년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33.6%로 이미 저소득층의 소득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그 혜택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 돌아가고 면세자 비율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기재부로선 부담 요인이란 분석이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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