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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기적의 비만약’ 위고비, 상륙 첫날부터 품귀 현상…가격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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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적의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내일부터 국내 일부 병·의원에 공급될 전망인 가운데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릴 예정인 출시 심포지엄에 앞서 행사장 앞으로 외고비 모형이 전시돼 있다. 2024.10.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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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일찍 전화 하시지. 지금은 10월 말에나 위고비 처방이 가능해요.”

15일 인천 부평의 A 의원은 “지금 위고비 사전예약이 밀려있어 빨라도 24일에나 처방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적의 비만약’이란 별칭이 붙은 위고비가 국내에 상륙한 첫날 비만약을 처방 받고자하는 환자가 몰리며 벌써부터 품귀 현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 목록이 담긴 ‘성지’ 리스트가 공유되고, 약값이 저렴하다고 소문난 병의원은 이미 일주일치 사전예약이 마감된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비만클리닉에선 주로 운동 처방과 약물 치료, 수술 등을 권하는데 최근 환자들의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량 확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고비 중간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가 오전 9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했지만 접속이 몰리면서 10시 30분께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넘어오는 초도물량 역시 넉넉치는 않아 병의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 및 쥴릭파마코리아는 정확한 초도물량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수요는 많은데 물량은 제한적이다 보니 위고비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돼 병의원이 개별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출하 가격은 한 달치인 1펜당 37만원대이지만, 현재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입소문이 난 의원도 55만 원으로 나타났다. 세종시의 B 의원은 “1펜당 88만 원에 처방하고 있다”고 답했다.

위고비의 인기가 과열되면서 비만이 아닌 환자에게도 처방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A 의원의 경우 BMI가 19 이상이면 처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 168cm 만 30세 여성의 경우 체중이 53.7kg 이상이면 위고비 투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혜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의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용을 위해 저체중에 가까운 분들이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특히 급속한 체중 감량으로 인해 담석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는 담석증 외에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약물은 비만 치료 초기에 쓰는 마중물일 뿐 근본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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