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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가림막 세운 뒤 '폭파쇼'… 김정은, 남북협력 상징 모두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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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국방·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진입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국방상, 당 군수담당 비서, 군 총참모장, 정찰총국장, 군 총참모부 포병국장 등 당·정·군과 정보기관, 군 주요 작전지휘관 등이 총출동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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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이어 또 다른 남북협력의 대표 상징물인 경의선·동해선 도로마저 폭파했다. 이번 폭파로 한국 국민 세금 약 1800억원이 투입돼 위태롭게 이어져 있던 남북 간 연결 통로의 허리가 잘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민족·통일 개념을 폐기하며 남북관계 자체를 부정한 뒤 올해 들어서는 물리적 단절 조치에 주력하며 '적대적 두 국가' 체제 굳히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15일 북한군은 경의선과 동해선 등 대표적인 남북 연결 통로 북측 구간 시작점에 가림막을 치고 폭약을 설치해 포장도로의 아스팔트 부분을 깨뜨렸다. 이날 합동참모본부가 촬영해 언론에 제공한 영상을 살펴보면 북측은 경의선에서 개성시로 향하는 군사분계선(MDL) 바로 뒤 10m 지점에 바짝 붙여 가림막을 설치하고 폭파작업을 진행했다. 가림막은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서부터는 개성시입니다'라고 쓰인 표지판 바로 옆에 설치됐다. 북측은 동해선에서는 도로뿐만 아니라 일부 남아 있던 철로까지 폭파했다. 경의선 구간은 MDL과 가까운 70m, 동해선 구간은 MDL 인접 40m 정도를 파괴했다. 군은 북한군이 폭파를 준비하면서 일정 거리에 접근할 때마다 매뉴얼에 따라 경고방송을 실시했다.

앞서 북한군은 지난 9일 총참모부 보도를 통해 경의선·동해선 도로·철도에 대한 철거 방침을 공식화하고 이를 유엔군사령부에도 통보한 바 있다. 이어 엿새 만인 이날 실제로 폭파에 나섰다. 다만 북측이 이번 작업에서 실제 폭발력보다 상징성을 앞세워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를 펼친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북한이 이른바 '무인기 평양 상공 침범'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내부를 단속하고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키고자 이 같은 폭파 작업을 공개해 내부 선전에 활용할 개연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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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우리 군 CCTV에 잡힌 동해선 도로에서 연기(붉은 네모 안)가 피어오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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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당초 북한이 도로에 포장된 아스팔트를 깨뜨리기 위해 구덩이 수십 개를 파고 구덩이마다 수십 ㎏의 폭약을 설치했을 것으로 관측했지만 식별된 폭발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북한이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해온 남북 단절 조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굉장히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2020년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했을 때처럼 남한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폭파'라는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측이 경의선 도로를 폭파하기 전 검은색 렉서스 SUV 차량을 타고 온 고위직 추정 인물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도 군의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합참은 해당 인물이 김정은 위원장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에도 같은 모델의 차량을 이용해 평안북도 홍수 피해 현장을 시찰한 바 있다.

군은 이날 북측이 폭파 작업을 진행한 이후 MDL 이남 지역에 K4 고속유탄기관총과 K6 중기관총을 동원해 경고사격 성격으로 수십 발을 발사했다.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남북 연결 도로·철도 폭파를 강력 비난하며 정치적·경제적 책임을 물었다. 통일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북한이 4년 전 남북 당국자들이 1년 넘게 함께 근무했던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지적했다. 통일부는 "퇴행적 행태를 반복하는 북한의 모습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통일부는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돼온 대표적인 남북협력 사업"이라며 "북한 요청으로 총 1억3290만달러(약 1810억원)에 달하는 차관 방식의 자재장비를 제공해 건설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가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가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등 접경 3개 시군, 11곳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경기도는 위험구역에 대한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 통제 등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특별사법경찰은 위반자 체포, 형사 입건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김성훈 기자 / 김상준 기자 / 수원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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