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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저희 다 인간이다"···'뉴진스' 하니가 국회에 남기고 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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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뉴진스 멤버 하니 팜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증언하고 있다. 2024.10.15. photo@newsis.co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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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자가 아니라고 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고 볼 순 없지요?"(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실질적으로 그들(아티스트)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고용노동부가 2024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하이브를 선정했다. 으뜸기업 취소하고 그 결과를 의원실로 보내달라."(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 의혹들에 대해 증언한 15일. 국감에선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제도 개선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하니와 같은 아티스트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지위에 해당하는지 등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다뤄졌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을 대상으로 "대법원 판례와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따르면 고용의 형태가 아닌 일을 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맞나"라며 "근로계약자가 아니라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 이렇게 볼 수는 없지 않나. 이게 대한민국 헌법 정신으로 볼 수는 없지 않나"라고 물었다.

앞서 하니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메이크업 공간에서 다른 팀원과 한 매니저가 지나갈 때 인사했지만 해당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발언한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하니 등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고 근로기준법 전속 수사권을 가진 고용노동부에 수사 의뢰 진정이 접수돼 관할 지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하니는 "(무시해란 말을 듣고)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그 분이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이해가 안됐다"며 "데뷔하고 높은 분과 몇 번 마주쳤는데 저희 인사를 한 번도 안받으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된 후 뉴진스 멤버들을 법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로 떠올랐다. 근로기준법상 전속계약을 맺는 연계인들은 근로자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과거의 노동부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김유진 실장도 안 위원장 질문에 "현행 근로기준법상 적용하기 힘든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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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그룹 뉴진스(NewJeans)의 하니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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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안 위원장은 "이 사안은 특정 그룹 문제나 가십성 이슈로 봐선 안 되고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며 "제도의 미흡한 점이 있다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근로자인가 아닌가의 여부가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의 굉장히 중요한 잣대이긴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확인해 주시길 바란다"며 "좀 전 '직장 내 괴롭힘의 대상은 아닐거다'란 식으로 잠정 답변 주셨는데 그 부분은 철회하시겠나"라고 했다.

이에 김유진 실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제가 잠정적 결론을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15년쯤 전에도 동방신기가 소속사와의 부당한 계약조건, 갑질을 당했다고 (문제제기) 했었다"며 "굉장히 유명하신 분들이니 국회 국감 중 논의가 되고 하는데 많은 분들은 논의조차 안되는 상황이다. 이제 이런 것들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법이 필요하면 법적으로라도 근로 형태를 바꾸든지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엔터업계 전반의 노동 조건 문제를 짚었다.

정 의원은 "엔터업계가 특히 과로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해외 활동도 하다보니 직원들의 야간 근무도 많을 것 같다"며 "의원실에서 제보를 받았는데 2022년 2월 하이브에서 직원이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겨 사망한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주영 어도어 신임 대표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해당 직원이) 수면실에 들어가 좀 쉬고 오겠다고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쓰러지셔서 저희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고, 며칠 후 개인 질환으로 돌아가신 아주 안타까운 상황 같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저희가 볼 때는 과로사다. 당시 하이브 직원들은 계열사가 대폭 확대되고 아이돌 그룹 여럿을 동시에 케어하고 해외 스케줄도 동시에 챙기다 보니 밤낮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엔터업계 노동조건이 가혹한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제다. 소위 열정페이 문제다. 이는 K팝이 가진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K팝을 만들어낸 실제 주인공들이 노동 인권 환경을 제대로 보장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하이브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된 경위를 추궁한 의원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부터 매년 100개의 일자리 으뜸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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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이광호 기자 = 그룹 뉴진스의 하니(왼쪽)와 김주영 어도어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각각 참고인,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0.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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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이정환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대상으로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되면) 대통령 인증패를 주고 신용평가도 우대하고 세무조사도 유예하는 등 혜택이 적지 않다"며 "평가한 내용들을 한 번 봤다. 하이브가 수평적 소통을 지향한다, '님'으로 호칭하는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하는데 이는 '무시해'라는 발언, 따돌림이 있었다는 진술과 정면 배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으뜸기업은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는 등 논란이 있는 경우 철회할 수 있는 것을 아시나"라며 "고용정책실장은 일자리 으뜸 기업 취소하시고 그 결과를 의원실로 보내달라"고 했다.

박홍배 의원은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인 하이브의 최고 책임자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정작 이 국감장에 없다"며 "계속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장본인으로서 사안의 심각성을 빨리 깨달으셔야 될 것 같다. 거대 공룡이 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고객인 대중을 배신하고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인 아티스트들의 인권 침해 논란까지 일으키는 막장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도의 문제점을 질의하던 김형동 의원이 하니에게 "소감을 한 번 짧게 말해달라"고 하자 하니는 "아티스트분들과 연습생 계약이 다를 수는 있다"면서도 "그런데 다르지 않은 점은 저희 다 인간이다. 그것을 놓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다. 한번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니는 마지막 발언 기회에서도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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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발언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4.10.15. photo@newsis.co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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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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