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애인 학대④]
경찰, 고발된 인터넷 방송인들에 대한 수사 착수
설사약 먹이고, 유사 성행위 종용…'장애인 학대 혐의'
"장애인 정서적 학대…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적극적 수사 통해 처벌 강화해야…관련 법 재정비도 필요"
SNS 향한 쓴소리도…"처벌 전력 있으면 방송정지시켜야"
온라인에서 장애인을 이용해 자극적 영상물을 만들고 수익을 올리는 행위가 새로운 장애인 학대·착취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장애인 학대·착취물로 지목된 영상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런 영상들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학대·착취물 제작·유통을 막을 제도적 해법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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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
①[단독]성착취에 변비약 먹방까지…서울시, '장애인 학대 의혹' 유튜버 고발 ②[단독]7년 전 장애인 학대로 벌금형 받고 또 학대…솜방망이 처벌 논란 ③고발된 '장애인 학대 의혹 영상' 여전히 노출…방심위 뒤늦게 "조치할 것" ④[단독]경찰, '장애인 학대 의혹' 유튜버 수사 착수…"재발 방지책 필요" 목소리 (계속) |
설사약을 몰래 먹이고 성적 행위를 부추기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장애인 학대 의혹'이 제기된 인터넷 방송인들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온라인에서 장애인을 이용해 부적절한 영상물을 만들고 수익을 올리는 행위가 새로운 학대·착취 유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 착취에 변비약 먹방까지…경찰, '학대 의혹' 유튜버 수사 착수
지난 7일 서울시 산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장애인 학대 혐의로 인터넷 방송인이자 유튜버 예모씨, 박모씨, 김모씨를 고발했다.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에 배당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유튜버 3인을 고발하며 적시한 혐의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준사기, 명예훼손, 상해 등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들이 동영상 콘텐츠에 여성 지적장애인을 등장시켜 변비약을 라면에 몰래 섞고, 유사 성행위를 부추기는 등 학대했다고 보고 있다.
장애인 정서적 학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처벌 제대로 이뤄져야"
지난 4월 유튜버 박○○이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 중 여성 지적 장애인이 자리를 뜬 사이 변비약을 라면에 넣고 있는 장면.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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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이에선 최근 SNS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장애인을 자극적인 방식으로 노출해 조회수를 올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최근 장애인을 영상에서 희화화시키거나 자극적인 방식으로 노출시키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점점 늘어나 우리 기관에도 관련 신고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시민들이 보고 신고할 만큼 콘텐츠가 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학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다룬 현행법이 있음에도 적극적 수사와 형사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답변과 자료를 보면 경찰은 사이버 범죄 유형 중 장애인 대상 범죄 통계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즉 '디지털 장애인 학대'에 관한 범죄 통계는 없는 셈이다.
다만 경찰청이 용혜인 의원실에 제출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검거 인원에 대한 통계 자료를 보면 2022~2023년까지 입건된 사건 824건 중 545건(66%)만이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57건은 불송치 결정됐고, 22건은 수사 중지 처분됐다.
용혜인 의원은 "장애인 학대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경찰이 디지털 학대를 비롯한 여러 학대에 대한 종합적인 통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 학대에 대한 미온적 수사관행을 개선하고, 장애인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입증하려는 경찰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상 정서적 학대는 입건조차 되지 않거나 입건되더라도 송치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 경찰에 업무가 몰리면서 더 그렇다"며 "지적 장애인은 (피해 사실에 대해) 직접 고소하는 경우가 잘 없어 제3자에 의한 고발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경찰이 불송치를 해도 이의신청 등 다툴 방법이 잘 없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학대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탓에 관련 법을 재정비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일례로 이번에 고발당한 유튜버 3인 중 1명인 김모(28)씨는 7년 전에도 유튜브에서 지적장애인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씨 고발 사건 대리를 맡았던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장애인학대사건의 경우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처벌 규정이 있음에도 단순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며 관련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인터넷 방송인 3인을 경찰에 고발한 서울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 김현주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에 명시된 금지 행위 중에는 '장애인을 이용한 구걸 행위'가 있지만 구걸 행위보다 디지털상에서 이뤄지는 학대와 착취가 빈번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이를 금지 행위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 의원 "장애인학대특례법 제정 필요"…SNS 향한 지적도
'장애인 학대'만을 다루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학대범죄처벌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 제5조에서는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등을 목적으로 장애인을 모집, 운송, 전달, 은닉, 인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김 의원은 "장애인의 경우, 정서적, 경제적 착취 등 각종 인신매매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지만 현행법상 인신매매 구성요건에 장애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관련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디지털 상에서 벌어지는 학대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장애인학대범죄처벌특례법 제정안을 통해 이번 사건과 같은 디지털 장애인 학대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가 유통되는 SNS에서 자체 규정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단 의견도 제기됐다.
김예원 변호사는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내규에 영상 속에서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학대하는 내용을 송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며 "이에 더해 장애인 학대 혐의로 처벌 전력이 있는 인터넷 방송인들은 영구 정지시키는 등의 사후 조치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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