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로 사고 목격한 가게 언급
운전자, 신고자 찾아가 따져
전북경찰청 전경. 전북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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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 운전자에게 신고자에 관한 정보를 실수로 노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고자는 가해자가 앙심을 품고 보복하지는 않을지 두려움에 떨었다.
16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새벽 완주군 이서면의 한 교차로에서 A씨가 몰던 재규어 차량이 신호를 위반해 다른 방향에서 오던 택시 앞부분을 들이받았다. 당시 음주 상태였던 A씨는 사고 직후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마침 사고를 목격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사고 현장 인근 골목에서 검거될 수 있었다.
A씨는 이달 초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고 당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처음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담당 수사관은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고 현장 주변에서 신고자가 운영하는 가게의 업종을 언급하며 "거기서 (뺑소니 사고를) 다 봤다"는 식으로 압박했다. 그런데 현장 주변에는 해당 업종의 매장이 2곳에 불과했다. 결국 수사관의 실언 탓에 신고자가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는 위험이 생겼다.
실제로 경찰 조사를 마친 A씨는 사고 현장 주변을 살펴 신고자 가게를 찾아냈다. A씨는 가게에서 "나를 신고했느냐"며 따졌다고 한다. 가게에서 A씨를 만난 신고자의 아내는 MBN에 "남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뺑소니범이) 들어왔는데 만약에 다른 마음을 먹고 왔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생겼을 것)"이라고 불안을 호소했다. 다행히 A씨의 항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담당 수사관은 "(신고자 관련 이야기를 하는) 순간 아차 싶더라"면서 "이 말을 하면 안 되는데"라고 실수를 시인했다. 신고자는 "이런(뺑소니 목격) 상황이 오면 다음에는 (신고할지) 생각해 볼 것 같다"며 경찰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해당 수사관을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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