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원 방공부대의 ‘하늘 수호작전’
“아주 작은 소리도 포착해야... 긴장되는 일
전장 무섭지만 그 무서운 출산도 3번 해”
우크라이나 부차 방공망을 지키는 부대 '부차의 마녀들'. /B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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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에 어둠이 내리면 ‘부차의 마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는 여성 자원 방공부대로, 우크라이나 방공망 수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영국 BBC는 14일(현지시각) 미사일 공격에 앞서 주요 방어선을 파괴하기 위해 투입된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는 임무를 맡은 우크라이나 자원 방공 부대를 소개했다. 이 부대는 여군이 다수로 이뤄져있다. 연령대와 직업이 다양한 부대원들은 낮에는 교사, 의사 등 각자 본업에 종사하지만, 밤에는 조국의 하늘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많은 남성과 전쟁 물자가 최전선에 투입된 상황에서 이들은 대도시 인근 추가적인 방공망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매 주말 광범위한 군사 훈련을 받는다. 숲 속에 위치한 기지에서 소총 분해·조립, 무기·지뢰 사용법, 전술, 적 탐지 방법 등을 배운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이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상세히 다뤘다. 부대원들은 공습경보가 발령되는 즉시 숲속 기지에서 빠져나와 들판으로 이동해 무기를 설치했다. 4인조로 구성된 팀의 무기는 1939년에 제작된 맥심 기관총 2대와 탄약이 전부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올 하반기 드론을 3대 격추했다. 이 팀에서 유일한 남성인 세르히는 픽업 트럭 뒷면에 장착된 기관총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여성 부대원 발렌티나는 “제 역할은 드론 소리를 주의 깊게 듣는 것”이라며 “긴장감 넘치는 임무다. 그러나 우리는 집중해 아주 작은 소리라도 포착해야 한다”고 했다.
부대원 율리아는 태블릿으로 두 대의 드론을 추적했다. 드론은 주변 지역에 있어 부차는 위험 반경에서 벗어났지만, 그들은 경보가 종료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교사인 부대원 인나는 “(전장이) 무섭다. 하지만 출산도 무서운데 3번이나 해냈다”며 “남자들은 전선으로 떠났지만 우리는 여기 남았다. 여성들이 할 수 없는 건 없다”고 했다. 가끔은 수업을 위해 급하게 학교로 돌아갔다가 수업을 마치고 다시 복귀한다.
이 부대를 지휘하는 이는 돈바스 동부 지역의 포크롭스크 전선에서 돌아온 안드리 네를라티 대령이다. 그는 부차 지역에서 이동식 방공 부대를 운영하고 통금 시간에 순찰을 도는 병력 약 200명을 지휘하고 있다. 네를라티 대령은 부대원 모집 당시 동원 연령 미만의 남성 혹은 여성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그는 “(여군 부대를 운영하는 게) 처음에는 농담 같았다. 여군에 대한 신뢰는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정말 달라졌다”고 했다.
부차 지역은 2022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시 점령된 지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인, 고문 납치의 희생양이 됐다. 여성들은 그 당시 느꼈던 무력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원 입대를 택했다. 발렌티나는 전선에 파견된 군인들과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언급하며 군에 자원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가족은 점령 당시 불타버린 잔해, 죽은 이들의 시신을 지나 부차에서 탈출했다. 그는 한 검문소에서 러시아 군인이 차량 창문을 내리게 한 뒤 그의 아들 머리에 총을 겨눴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우리의 인생은 산산조각 났지만 전쟁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없이는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대원 아냐는 군사 훈련이 스스로와 다른 이들을 지킬 힘과 능력을 준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점령하에 내 존재가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걸 느꼈다. 나는 사람들을 도울 수도 없었다”며 “나는 무기를 사용하는 법을 배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한 여성 부대원은 자신과 가족, 나라를 지키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여기 온 게 정말 도움이 됐다”며 “다시는 피해자처럼 앉아서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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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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