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고션(Gotion·궈시안)의 24억달러 규모 미국 미시간 공장 건설 계획이 내달 5일 미 대선 변수로 떠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시장 진입 규제를 피해 미시간에 공장을 지어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판매하려는 고션의 계획이 대선판 쟁점으로 부각하면서, 미시간주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고션은 지난 2022년 10월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 건설 계획을 낸 데 이어 2023년 4월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자발적으로 심사를 요청해 부지 매입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미시간주 정부도 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션이 미시간주에 배터리 부품 공장을 짓게 되면 중국으로선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일정 비율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 받도록 규정한 미국의 IRA 제도를 우회할 수 있다. 미국 역시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서 이익이다.

그러나 미 대선을 앞두고 고션의 계획은 꼬여왔다.

지난해부터 이 계획을 두고 소송전이 이어져 왔고, 고션은 현재 현지 법원으로부터 공장 건설을 진행할 수 있는 가처분 명령을 받았으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SCMP는 전했다.

실제 미국 내 반(反)중국 정서에 바탕을 둔 중국 때리기가 대선 득표에 유리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공장 건설을 허가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접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표적 경합 주인 미시간(선거인단 15명) 승패가 전체 판세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6년 미 대선의 경우 미시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으나, 2020년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션을 겨냥해 거친 공격과 함께 중국 때리기에 몰입하고 있다고 SCMP는 진단했다.

2032년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량의 5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도록 하려는 바이든 행정부 계획에 강하게 반발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이 미국의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 허브인 미시간의 제조업 일자리를 대거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고션의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100% 반대"라면서, "해당 공장은 미시간 주민들을 중국 공산당의 지배하려 두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4차례 방문을 포함해 미시간주를 8월 이후 11차례나 찾았을 정도로 공을 들여왔다.

이와는 달리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 측 셈법은 복잡하다.

민주당 소속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지사는 2천개 이상의 지역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면서 고션의 공장 건설을 지지하고 있으며, 민주당 다수의 미시간 주의회는 1억7천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왔다고 SCMP는 전했다.

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인 2∼3% 수준으로 겨우 앞서는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고션의 미시간 공장 건설에 대한 찬반 입장을 섣불리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시간 주민의 4%가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강한 아랍계 미국인들로 현재 바이든 미 행정부에 불만이 큰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리스 부통령이 말 그대로 '신중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핵심광물(PG)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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