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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CPU 설계방식 사수”…숙명의 라이벌 인텔·AMD 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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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방식 경쟁



중앙일보

CPU 설계방식인 ‘x86’을 놓고 경쟁하던 인텔과 AMD가 전격적으로 15일(현지시간) 손을 잡았다. 이날 발표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레노버 테크 월드 행사에서 이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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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적 앞에서 ‘숙명의 라이벌’끼리 손을 잡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리사 수 AMD CEO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레노버 테크 월드 행사에서 ‘x86 생태계 조언 그룹’의 출범을 발표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방식인 x86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인텔과 AMD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브로드컴·HP·델 등이 참여한다. 이날 겔싱어 CEO는 출범을 맞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리사 수 CEO와 단둘이 만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CPU의 설계방식은 크게 x86과 ARM 방식으로 구분된다. 각 방식에 따라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뼈대를 쌓는 방법이 달라진다. x86은 인텔이 먼저 시작했고, 인텔이 AMD에 x86의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두 회사의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40년 넘게 양사가 CPU 시장에서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x86은 자연스럽게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PC 시장은 물론이고, 서버 시장에서도 x86 기반 칩의 점유율이 95% 이상일 만큼 표준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아이폰 출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ARM 설계를 바탕으로 한 칩이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로 x86 방식은 성능에, ARM 방식은 저전력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에 배터리가 한정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을 ARM이 독식했다. 현재 애플은 물론 퀄컴·삼성전자·미디어텍 등이 모두 ARM 방식으로 스마트폰 칩을 설계한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ARM은 이제 PC는 물론 서버용 CPU 생태계까지 노리고 있다. 때마침 찾아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에 칩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져 ARM에 경쟁력이 있다.

PC에서는 가장 먼저 애플이 2020년부터 인텔의 x86 칩을 떠나 ARM 기반 자체 프로세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은 물론 아이패드·맥북 등 자사 스마트폰·PC에 탑재되는 모든 칩을 ARM 기반으로 자체 설계하고 있다.

퀄컴 역시 PC용 프로세서로 시장을 확장 중이다. 올해 PC용 칩인 스냅드래곤X 시리즈를 출시하며 ARM 기반 윈도우 PC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내년 ‘보급형의 최강자’로 불리는 대만 미디어텍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새롭게 PC용 ARM 칩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 하스 ARM CEO는 “앞으로 5년 안에 ARM 기반 프로세서가 윈도우 PC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x86 기반의 칩이 압도하던 서버 시장에서도 균열이 일어났다. 지난해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인텔 71%, AMD가 23%를 차지했다. 하지만 AI의 등장에 따라 CPU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로 패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강력한 GPU 성능을 앞세워 AI 서버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ARM 기반 자체 설계 CPU를 선택하면서 x86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서버 제품엔 GPU 외에 ARM 기반 CPU도 함께 구성된 만큼, AI 시장에서 엔비디아 제품이 잘 나갈수록 ARM 방식도 서버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효과가 난다.

이에 x86 PC·서버 시장에서 경쟁하던 인텔과 AMD는 당장 ARM 진영이라는 공동의 적을 함께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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