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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전국 교육감 다시 '진보 우위'로…'직선제 무용론'은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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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당선으로 17개 시도 중 9곳 '진보'…적극적으로 목소리 내기는 어려워

'진영 싸움', '깜깜이 선거' 등 직선제 부작용 노출…'러닝메이트제' 논의 부상

연합뉴스

당선 소감 밝히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7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4.10.17 uwg806@yan.co.kr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지난 16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정근식 후보가 승리하면서 전국 시도 교육감 지형은 진보진영이 다시 우위를 점하게 됐다.

2022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지켰던 진보 교육감은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의 궐위로 보수와 동수가 됐다가, 이번에 정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진보 우위 구도로 복귀했다.

그러나 2022년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을 받은 데다가, 이번에도 투표 열기 자체가 워낙 낮았던 만큼 진보진영이 목소리를 키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선거인데도 투표율이 함께 치러진 4개 기초단체장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 논리를 앞세웠다는 비판 역시 꾸준히 제기돼 '직선제 무용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러닝메이트제'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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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본투표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본투표가 열린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2024.10.16 pdj6635@yna.co.kr


◇ 시도교육감 지형, 진보 9명·보수 8명…'진보 우위' 복귀

정 당선인은 최종 득표율 50.24%로, 2위인 보수진영 조전혁 후보(45.93%)를 4.31%포인트 차로 앞서 서울교육감이 됐다

이로써 전국 교육감 지형은 진보와 보수 각각 8명에서 진보 9명, 보수 8명으로 진보가 1명 더 많아졌다.

2022년 선거에서 서울, 세종, 울산, 광주, 충남, 전북, 전남, 인천, 경남 등 9개 지역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 성향 후보는 경기, 부산, 대구, 대전, 경북, 강원, 충북, 제주 등 8개 지역을 차지했다.

이후 조 전 서울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들을 부당 채용한 혐의로 형이 확정돼 직을 잃으면서 진보와 보수는 8 대 8 동수를 이뤘다.

이번 선거는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 구도가 바뀐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결국 정 당선인이 조 후보를 꺾으면서 진보 우위 구도가 다시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2014년에는 17개 시도 중 13곳, 2018년에는 14곳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1명 차이로 가까스로 반수를 넘긴 것이라 진보 교육감이 '대세' 목소리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도 보수 성향의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맡고 있다. 강 교육감은 조 전 서울교육감에 이어 지난 5월 10대 협의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임기는 2년이다.

정 당선인은 진보교육의 대표적 결과물인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를 계승해나갈 방침이다.

정 당선인은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입시 위주의 과열된 경쟁 구조에서는 학생이 절대 행복하지 않다"며 "교육 구조를 바꿔서 학생들의 소질을 계발하고 창의적인 인재로 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는 국민의힘 다수의 서울시의회가 폐지안을 통과시키면 서울시교육청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상황이 반복돼와 당분간 서울시의회와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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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받은 정근식 후보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일인 16일 오후 정근식 후보가 서울 마포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6 dwise@yna.co.kr


◇ '깜깜이 선거·진영 싸움' 비판 커…'러닝메이트제' 논의 수면 위로

이번 선거에서 정 당선인은 과반의 득표율을 확보했다.

이는 2022년 선거에서 현직이었던 조 전 서울교육감의 최종 득표율 38.1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조 전 교육감은 2014년 초선에서는 39.08%, 2018년 재선에서는 46.5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교육감 선거 중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2012년 보궐선거 당시 보수 후보였던 문용린 후보(54.17%)가 유일하다.

그렇지만 정 당선인이 '유권자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체 투표율이 23.48%에 그쳤기 때문이다.

같은 날 치러진 4개 기초단체장 투표율은 부산 금정구청장 47.2%, 인천 강화군수 58.3%, 전남 곡성군수 64.6%, 영광군수 70.1%였다.

서울교육감 선거에 들어간 세금은 565억원에 달하지만, 투표율은 역대 교육감 재보선 투표율 최저치(21.2%)를 겨우 면했다.

사전투표일 첫날(11일)까지 전체 후보가 참여하는 토론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깜깜이 선거'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대담회에는 규정상의 이유로 조 후보 1명만 초청됐고, 윤호상 후보와 막판 사퇴한 최보선 후보는 '초청외 토론회'에 참가했다. 정 당선인은 대담회에 정 후보만 초청된 점을 비판하며 보이콧했다.

11일 오후 6시 10분 EBS에서 4자 토론회가 열리긴 했지만, 사전투표 첫날 투표한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후보자 토론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셈이다.

교육감은 정당이 없는데도 결국은 '진영 싸움'으로 매몰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 심판을 주요 메시지로 들고나왔다.

윤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 임명, 편향된 역사 교과서 논란 등을 지적하며 올바른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는 정부의 고교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초중등 교육 현장 경험이 적고 인지도가 낮은 정 후보가 과반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된 데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에 조 후보는 진보교육을 '어둠의 10년'으로 지칭하며 진보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거마다 '유권자 무관심'과 '진영 싸움'이라는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가 지난 2∼7일 서울 유·초·중등·대학·유관기관 회원 4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75%가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 혹은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은 시·도지사 선거에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8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교육감 선출 방식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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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하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7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당선증 교부식에서 김정중 서울시선거관리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7 uwg806@yan.co.kr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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