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불붙는 OTT 시장

[구독경제 해지분석]② 'OTT 차액환불' 조치까지 약 6개월…공정위, 무엇을 살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 2월, 중도조사팀 신설…8월 심사보고서 발송

[편집자주] 인공위성도 ‘구독’하는 시대다. 저렴한 가격에 일정한 품질의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받을 수 있는 ‘구독경제’는 소유의 종말을 가져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대유행)에 따른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구독모델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같은 구독모델에 칼을 겨눴다. 청약철회 및 중도해지 절차를 간편하게 하고, 중도해지시 차액을 환불해주도록 약관을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중도해지를 두고 업계와 학계의 반발이 거세다. 자칫 소유의 종말이, 구독모델이라는 혁신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공정위 시정조치가 구독경제 시장에 미칠 영향 등 대해 분석한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한 국내 플랫폼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쟁력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소비자로 하여금 단순 청약철회를 넘어 중도해지 및 차액환불을 해주게끔 시정조치를 내린 것이다.

특히 시장 조사 착수 이후 시정조치까진 불과 1년이 채 안되는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내부 검토 과정에서 ▲업계에 미칠 영향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해외 시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왓챠 등 국내 OTT는 최근 사용한 날짜만큼 공제하고 나머지 차액을 환불할 수 있도록 약관을 자진 시정했다. 공정위가 지난 8월 소비자의 구독 중도해지권 방해·제한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중점조사팀을 신설하고, 그 다음달인 3월부터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중도해지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지난해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논란이 시발점이 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와 디즈니플러스(+) 등이 일제히 구독료를 인상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그해 12월 OTT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선 것이다.

다만, 방통위가 거듭된 위원장의 사퇴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유아무야 되자 공정위가 관련한 조사에 다시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대상과 내용은 달라졌다. 대상이 OTT를 포함한 플랫폼 기업으로 확대됐고, 스트림플레이션이 아닌 중도해지 고지 미비 대한 실태 조사가 진행됐다.

특히, 쟁점이 된 사안은 구독모델에서 중도해지에 따른 차액 환불 문제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서비스 이용 기록이 없을 시 환불해주는 ‘청약철회’에 대해선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미 이용한 서비스에 대해 차액을 환불해주는 ‘중도해지’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봤다.

즉, 구독모델은 다른 비즈니스모델과 달리 매출이 감소하는 시간에 유예가 있는 대신 가입자에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차액 환불은 사실상 이러한 구독모델의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업계에선 OTT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업계에선 빈지뷰잉(Binge viewing·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TV프로그램 전편을 몰아 시청하는 방식)하고 서비스를 바로 해지할 수 있는 OTT 특성상 중도해지가 활성화될 경우 투자금 회수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호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는 최대 수백억원이 투입된다.

월 구독료에 의존하는 OTT의 현 수익모델을 고려한다면 웨이브·티빙 등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가 수백만명 이상인 상위 OTT만이 겨우 한개의 콘텐츠를 매월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 수급비용도 별개다.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수급 단가는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가까스로 콘텐츠를 확보한다 해도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 구독자를 잡아둘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결국 가입자를 락인(Lock-in·잠금)시키려면 콘텐츠를 계속 제작해야 하고, 또 돈이 들어간다. 만들어진 콘텐츠가 성공할 것이라 보장할 수도 없다.

앞서 지난 9월 김병기 의원실 주최로 열린 ‘OTT 시장과 소비자권익증진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도 OTT를 같은 구독서비스 모델인 헬스장과 비교하며, OTT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헬스장은 3일만 운동하고 구독해지 할 생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지만, OTT는 보고 싶은 콘텐츠만 몰아보고 해지해 버리는 ‘체리피커’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욱이 OTT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1위 OTT 사업자인 티빙의 경우, 2022년 1192억원, 2023년 14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고, 같은기간 웨이브 역시 각각 1217억원, 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해지하고 해당 월의 잔여기간에 대해 반드시 환불해주게 되면 월 초기에 집중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한 후 해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사업자는 저렴한 수준의 월 구독료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텐데 이로 인한 가격인상 압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들에도 불구, 공정위가 조사팀을 꾸린 뒤 시정조치를 내리기까진 불과 약 6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을 앞두고 OTT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관련 업계관계자는 "(OTT의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 당장 보고자 했던 콘텐츠를 보고 나면 1개월에 대한 소구력이 끝나게 된다"라며 "쉽게 환불해준다면 콘텐츠에 대한 가치는 엄청난 하락을 또 한번 겪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를 월 단위로 이용하고 있다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월정액 OTT에 일할 환불을 강요하긴 어렵다"라며 “수백억을 투자해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콘텐츠 업계 투자가 위축되면, 결국 소비자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혜택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혜택을 저해하지 않도록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