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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 노벨문학상 이후 3 ] 한강 특수, '단군 이래 최대 불황' 문학시장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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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까지 한국문학은 암흑 속에 있었다. 문학서적 뿐 아니라 모든 책들이 팔리지 않는 출판계에서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수식어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얘기가 됐다. 최근에도 대전의 대표서점인 계룡문고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4월에는 대표적인 문학잡지인 '문학사상'이 휴간에 들어갔다. 이마저도 부영 그룹이 인수하여 폐간의 위기를 면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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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10.17 oks34@newspim.com


국내 온오프 라인 서점은 '한강 특수'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수상 발표 이후 한강의 책이 순식간에 100만부가 넘게 판매됐다. 한 작가의 책이 일주일도 안돼서 100만부가 넘게 팔린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러나 한강의 책에 국한돼 있을 뿐 다른 작가의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릴 리는 없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에 그쳤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인들은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텔레비전·영화·게임 등)를 이용해서'(23.4%)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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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10.17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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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시장의 위기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문학출판사들의 지난해 실적만 봐도 느껴진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보고서 '2023년 출판시장 통계'와 지난해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억1600만 원에 그쳐 전년(57억6500만 원)보다 44.2% 감소했다. 창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7억1000만 원으로 전년(27억6200만 원)에 비해 38.1% 줄었다. 그나마 민음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5억6800만 원으로 전년(11억3500만 원)에 비해 소폭 늘어났다. 출판계에서는 그나마 민음사가 보수적인 경영 노선을 택해 내실을 다진 것이라 분석했다.

소위 3대 문학출판사 사정이 이러하니 기타 출판사들은 더 좋을 수가 없다. 대형 출판사를 그만두고 최근 1인 출판사 잉걸북스를 차린 신승철 대표는 "2023년 자료에 따르면 1종이라도 출간한 출판사는 6,377개사로 대략 이들 출판사가 내놓는 책의 종수는 하루에 168종에 이른다"고 말하면서 "1인 출판사들은 책의 존재감을 알리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팔리는 건 두 번째 문제이고 책의 출간 사실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소설가이기도 신대표는 "최근 출간을 위해 여러 편의 원고를 검토했는데 안타깝게도 문학출판물은 돌려보내야 했다"면서 "문학출판사는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가 독점한 상태이고, 다른 출판사들은 자비출판 외에 시와 소설을 내는 게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책을 내더라도 웬만큼 이름 있는 작가의 소설도 초판을 소화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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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계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마중물이 되어 출판계와 문학계가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클라우드나인의 안현주 대표도 자신의 SNS에 그런 바람을 피력했다. 안대표는 "그동안 출판계 서점계 어렵다는 말 너무 많이 나오고 (양치기 소년 말처럼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이 되기도 했는데) 한국 독자들 전 세계에서 책 안 읽기 순으로 매기는 순위에서 상위 랭킹이라는 말 나오고 했는데요. 아무튼 한 권의 책이 많이 팔리면 저자, 출판사, 지업사(종이 파는 곳), 인쇄소, 제본소, 코팅집, 유통(책 배달해주는 곳), 오프라인 서점(동네서점), 온라인 서점, 굿즈 만드는 곳, 박스 만드는 곳, 서평하는 곳(유튜브 쇼츠 등에도 텍스트 힙으로 올라오니) 등 생태계 종사자 전체에 물이 흘러 먹고 살게 되죠. 한 권이 한 권이 아니에요. 한 권에 매달려 먹고사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거예요"라고 밝혔다.

작품을 써 놓고도 출판할 수 없어서 이리저리 원고만 보내면서 한숨 쉬는 작가들 입장에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크게 기뻐할 일이다. 적어도 문학이 여전히 쓸모 있다는 게 증명이 됐으니 좀더 가열차게 시와 소설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출판사들도 이번 수상을 계기로 문학 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출판계는 물론 작가들도 그러한 노력들이 모여서 떠났던 독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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