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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없는 서민대출…디딤돌·햇살론 조이자 카드론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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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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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관리에 비상이 걸린 정부가 각종 정책금융 상품에 대해 고삐를 조이고 나서면서 서민 대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등의 대출도 지속적으로 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카드사 문을 두드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17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14일부터 디딤돌대출 한도 제한에 들어간 데 이어 21일부터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모두 디딤돌대출 한도를 조인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이 안 되는 순자산 4억6900만원 이하의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에 갑작스럽게 제한 규정이 확 늘면서 현장에선 비명이 나오고 있다.

올해 12월 인천 검단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윤 모씨(33)는 "어떻게 하루아침에 서민 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느냐. 기존 한도를 감안해 자금 계획을 세워놨는데 입주 직전에 수천만 원을 어디서 구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제대로 된 안내 없이 뒤에서 정책을 변경한 건 최악"이라고 말했다.

주택도시기금을 취급하는 은행마다 규제 시행일이 제각각 다른 것도 혼선을 키웠다. 1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 때 해당 내용이 논의되자 HUG가 은행들에 대출 한도 축소를 지시했고, KB국민은행은 주말이 지난 14일부터 한도 조이기에 들어갔다. 타 은행들이 21일부터 취급을 제한해 일주일이라도 말미를 주기로 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수요자보다는 정부 눈치만 본다는 비판이 나온 대목이다.

반발이 커지자 결국 KB국민은행은 14일 시작한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조치를 다른 은행들과 같이 21일부터 하기로 급히 변경했다. 14~17일 보류됐던 대출 접수도 21일 전에는 받기로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일단 대출취급제한 조치를 유예한 후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확실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애매한 공문으로도 혼란이 일고 있다. 디딤돌대출 방공제와 관련해선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디딤돌대출 제외'라고 적시했으나 후취담보대출에 대해선 이 같은 문구가 없었다. 일선 은행 현장에선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후취담보대출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매일경제가 각 은행에 이를 확인한 결과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상품의 경우 이번 한도 제한 등 조치에서 모두 예외가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영업 현장에 혼선이 있는 만큼 직원 교육 등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디딤돌대출 외에도 올 들어 햇살론 등 중·저신용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리에 내어주던 서민정책대출이 크게 줄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햇살론·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공급액은 올 들어 8월까지 3조5772억원이 집행됐다. 작년 7조1542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 목표액이 2022년 5조2000억원에서 작년 4조700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4조1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비해 카드론은 크게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8309억원으로 작년 말(38조7613억원)에 비해 3조696억원이 늘었다. 작년 1~8월 카드론 증가액(2조3659억원)이나 2022년(2조5679억원)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늘었다. 현재 법정 최고이자율은 20%인데, 카드론 금리는 7개 신용카드 회사 평균 14%, 최대 19%대까지 올라간 상태다.

늘어난 카드론은 연체율과 대위변제율 증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당국에선 카드론 다중채무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도입은 어렵다고 판단해 잠정 중단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제도지만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인 카드론까지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4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신규 이용을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국 관계자는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이용되고 있어 당장 규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카드론 다중채무자 규제와 관련해 현재 준비 중인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카드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있고 다중채무자에 대한 카드사 충당금 기준도 강화돼 있어 차주 규제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박나은 기자 / 이희수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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