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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검찰은 끝났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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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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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끝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공정과 상식’은 물론 법리적으로도 납득이 전혀 안 되는 결정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부부를 보위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유리한 정황만 취사선택했다. 이러고도 ‘국민의 검찰’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17일은 대한민국 검찰이 자멸한 날이다.



김 여사를 소환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밀려난 전임자 대신 지난 5월 임명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총대를 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가 내놓은 불기소 결정 근거는 안쓰러울 정도다. 김 여사의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애써 외면하고,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세력의 진술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사실을 알린 적 없다”는 등 말맞추기가 의심되는 진술까지 김 여사에게 유리한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범죄자들의 말을 신뢰했는가.



더욱 가관인 건 김 여사가 권오수 일당의 주가조작에 이용당한 피해자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검찰은 “권오수가 자신을 신뢰하는 피의자(김 여사)에게 자신의 범행 내지 주가관리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권유를 통해 매도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권오수 일당의 시세조종에 쓰인 계좌로 김 여사 모녀가 23억원을 벌었는데, 이런 피해자도 있는가. 검찰은 통정매매가 강력히 의심되는 문자메시지에 대해 “김 여사가 권오수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해당 연락의 구체적인 내용, 당시 상황 및 피의자의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아예 봐주려고 작정하고 무능을 자처하는 꼴이다.



김 여사가 공범임을 암시하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2차 주포’ 김아무개씨는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함께 “비피(BP·블랙펄) 패밀리”에 속한다고 검찰에서 진술했고,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선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잡혀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고 했다. 김 여사가 공범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런 정황 증거를 3년 전에 확보하고도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실질적인 수사를 사실상 하지 않았다. 검찰에 김 여사는 처음부터 ‘법 위의 존재’였다.



정치검사들의 무모한 도박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검찰은 전두환·노태우의 12·12 쿠데타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기소할 수 없다”고 무혐의 처분했다가 이후 결국 기소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이를 비롯해 검찰과 국민의 갈등은 늘 국민의 승리로 끝났다. 검찰은 국민의 상전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졌으나 통제받지 않는 검찰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흉기다. 해체 수준의 검찰 개혁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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