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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현장연결] 한강, 일주일 만에 공개석상…"지난 일주일 특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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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연결] 한강, 일주일 만에 공개석상…"지난 일주일 특별한 감동"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수상 후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해, 노벨상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현장 연결해 수상 소감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한강 / 작가]

취재진이 많이 오셨는데. 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진행을 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을 것 같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찾아가 주셨으니 이렇게 주신다면 다음 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 나마 궁금해 하실 말씀들을 취재진 여러분께 잠시 드리겠습니다.

노벨위원회에 수상 통보를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야 현실감이 들었습니다.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서 걱정해주신 분들도 계셨는데요.

그렇게 세심하게 살펴주시기 바라더라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이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전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 사람이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편을 완성하려고 애써 보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은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해 온 수상 소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 술을 못 마십니다.

책을 읽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을 끊었습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의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는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

그렇게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고르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데를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 기쁨은 큽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상한 일은 지난 30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 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30년의 곱절이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계시지만 그것은 여러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은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고르고 있는 책 3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5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서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단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

지난 30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 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의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원들께 그리고 동료.선배 작가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보냅니다.

저를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분들과 포니정재단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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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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