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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한강 "이게 가장 좋다…쓰고싶은 소설, 마음에서 굴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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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해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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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큽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두문불출했던 한강(54) 작가의 공식 석상 첫 소감은 소설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작가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며 전과 변함없는 태도로 집필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단상에 올라 “수상 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아마도 궁금해하셨을 말씀들을 취재진 여러분께 잠시 드리겠다”며 입을 뗀 그는 “노벨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서야 현실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토록 많은 분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 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 감사드린다”며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고도 했다.

차기작 구상도 밝혔다. 한 작가는 “지금은 올봄부터 써 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 보고 있다”며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적 일상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한 작가는 “술을 못 마신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는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생일이 11월(27일)인 한 작가는 “약 한 달 뒤에 만 54세가 된다.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며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다”는 다짐도 밝혔다.

한 작가는 이날 질의응답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시상식 몇 시간 전부터 행사장 입구는 물론 2층까지 취재진이 꽉 들어찼지만, 행사 시작 5분 전 주최 측이 “이미 한 작가가 행사장 안에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다른 출입구를 통해 행사장에 입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년에는 별다른 취재 제한이 없었던 시상식도 비공개로 전환됐다. 시상식장 로비에는 취재진 외에도 시민 수십 명이 찾아왔다. 주최 측은 스피커를 통해 시상식 내용을 밖에서도 들을 수 있게 했다. 수상자로 한 작가가 호명되자 취재진과 시민 모두 박수로 환호했다.

포니정 재단(이사장 정몽규)은 지난달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 작가를 선정했다. 재단 측은 이날 시상하며 “30년간 인간의 내면을 조망하는 깊은 주제의식과 섬세한 표현으로 보편적 공감을 선사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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