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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단독]정근식 서울교육감 “尹정부 ‘사교육과의 전쟁’ 효과 없었다, 공교육서 심화학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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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서울교육감 첫 단독 인터뷰

동아일보

정근식 신임 서울교육감이 취임 2일차를 맞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줄세우기식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제도와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며 “교육감의 권한은 초중등 교육이지만 초중등 학생들의 고민이 대학 입시에 연결된 만큼 이에 대해서도 정치권 및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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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교육 과열 문제 해결을 ‘전쟁’처럼 치를 게 아니라 학교에서의 심화학습 강화와 같은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합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교육 시장 과열을 가라앉힐 해결책으로 ‘공교육에서의 학습 심화 수용’을 꼽았다. 정 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가칭) 기본 계획’을 ‘1호’로 결재했다. ‘1호 결재’를 마친 정 교육감을 만나 향후 서울시 교육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킬러문항 출제 배제’ 등의 정책을 펼친지 2년째다.
“사교육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악(惡)으로만 치부하고 ‘전쟁’처럼 치르는 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사교육과의 전쟁은 일종의 수식어일 뿐이지, 실제로 학부모의 부담이 덜어지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4년간 사교육비 보면 21조에서 29조로 증가하지 않았나.”

후보 시절 초등의대반과 같은 과잉 선행학습 등의 사교육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서울은 전국에서 사교육 열풍이 가장 강한 곳인데 어떤 대책이 있나.
“사교육 시장을 풀어가는 해법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공교육에서의 심화학습이다. 사교육은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으로 나뉘는데, 공교육에서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선행학습을 할 순 없다. 대신 심화학습을 공교육 체제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심화학습 받으려고 하는 욕망은 있을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사교육 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장 논리만으로 부유한 학생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취약계층은 이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기금을 마련해 취약계층 학생들도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 문화 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는 방안도 고민해보겠다. 학원연합회 등 여러 분들과 논의해나가겠다.”

―사교육 열풍은 사실상 국어·수학·영어 위주 아닌지.
“맞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의 줄세우기식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5지선다형 객관식에 치중된 대입 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물론 교육감의 권한은 초중등 교육까지이지만 최근 한국은행 총재도 입시 제도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웃음). 교육감도 그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초중등 학생들의 고민이 대학 입시에 연결된 만큼 이에 대해서도 정치권 및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

―보궐 선거로 임기가 1년 8개월뿐이다. 초등의대반과 같은 선행학습을 금지하거나, 학원 교습시간 제한 강화 등의 강경책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생각도 있는지.
“생각해본 적 없다. 강한 통제 정책이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박정희 정권 당시 중학교 입시 폐지나, 1980년 ‘과외 금지’같은 잘못된 처방은 1, 2년 후엔 부작용만 낳지 않았나. 1년 8개월 안에 당장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해 효과를 보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없다. 교육은 1, 2년 안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진보 교육감 하에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제고사는 아니어도 학교에서의 어느정도 성취도 평가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평가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평가가 교육의 한단계 진전을 위한 평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의대, 로스쿨 등으로 서열 구조가 조금 달라졌지만 우리나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대학 서열화가 너무 강하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여러 대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강남이든 다른 곳이든 어느 학부모들이나 자녀에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게 아니라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날(17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겠다”며 “혁신학교뿐 아니라 다양한 학교를 챙기겠다”고 했다. 취임 후 어느 곳을 가장 먼저 방문할 계획인가.
“사실 당장 다음주 22일에 국정감사가 있어 바로 현장을 방문하진 못할 것 같다(웃음). 혁신학교, 특수학교, 일반 공립학교, 특수목적고, 어느 학교나 (첫 방문 학교가) 될 수 있다. 강남 강북 강서 강동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관심을 가질거다. 정규 학교뿐 아니라 대안학교 등 비정규 학교나 검정고시 학생들을 위한 정책도 생각해보고 싶다.”

―전임 진보교육감들이 선거를 도왔던 외부 인사들을 시교육청으로 많이 영입하기도 했다.
“저는 선거 빚을 진 것이 없다. 당연히 도와주고 지지해준 분들 감사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빚은 있지만 자리로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내가 민주·진보 교육감이라 해서 한쪽만 들어선 안된다. 고르게 이야기 듣겠다.”

―공약으로 ‘첫 소풍처럼 설레는 학교’를 내걸었다. 어떤 교육 현장을 만들 계획인가.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학력이 높은 학생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가 말한 ‘첫 소풍처럼 설레는 학교’는 단순 학력뿐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학교다. 경제적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체험학습을 확대하고 여러 교육사업을 마련하겠다. 학생들이 맘껏 웃을 수 있는, 교육이 삶의 즐거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겠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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