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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日 전자산업 몰락한 건 엔高 아닌 경쟁력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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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시라카와 마사아키 지음 | 박기영·민지연 옮김 | 부키 | 744쪽 | 3만원

1991년 걸프전이 발발했을 때 서울 강남역 학원가에선 ‘미군과 이라크군 모두 일제 부품으로 만든 무기로 싸운다’며 세계 최고 국가의 언어인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는 전단이 돌았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정점이었다. 초호황에서 버블 붕괴로 급락한 데 이어, 금융 위기, 수퍼 엔고(高)가 덮치고 고령화에 인구 감소까지 온갖 고난을 겪은 것이 일본의 지난 ‘잃어버린 30년’이었다.

일본이 오랜 터널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듯한 지금, 일본은행 총재를 역임한 경제학자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의 이 회고록(원제 中央銀行)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 일본 경제 격변의 30년을 통찰한 이 책에서 ‘버블 붕괴 당시 일본은행이 적극적인 금융 완화 정책으로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침체가 장기화됐다’는 데 반박한다.

일본 전자 산업의 몰락은 엔고 때문이 아니라 삼성과 LG에 뒤진 경쟁력 때문이었으며, ‘아베노믹스’ 같은 정치적 압력이 오히려 회복을 늦췄다는 것이다. 저인플레이션과 저성장·저금리와 맞서 싸웠던 폭풍 속의 상황을 설명하며 ‘금융 정책은 마법 지팡이가 아니며, 결국 경제 각 주체의 역할과 인구 대책이 상황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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