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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기자수첩] “검찰이 金여사 변호인 같다” 野 주장, 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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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 무혐의 4시간 동안 설명

압수 수색 영장도 기각됐다더니

중앙지검장 “도이치 청구 안 해”

검찰청은 정부 부처 중에서 기자들에게 가장 불친절한 곳으로 꼽힌다. 언론 취재에 무응답은 ‘양반’이고, 일부 간부는 “왜 전화하냐” “부담스럽다”는 답변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17일 점심까지 거르며 질의 응답 포함 4시간 동안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이유를 친절히 설명했다.

수사팀은 주가조작에 사용된 김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 등을 보면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았거나 방조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라면서도, 증거가 없어 “입증할 수 없었다”고 했다. 11장짜리 보도 참고 자료는 “범죄 의심이 가도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무죄판결문을 보는 듯했다.

김 여사처럼 전주(錢主)였던 손모씨의 2심 결과를 보고 김 여사를 처분하기로 했던 검찰은 김 여사가 손씨와 어떻게 다른지 표까지 만들어 설명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다른 사건들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었다.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선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졌다. 수사팀은 브리핑 당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함께 수사하며 김 여사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감에서 “커뮤니케이션 오류”라며 도이치모터스 관련 압수 수색 영장 청구는 없었다고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이 지검장은 “정치적 요구를 받는다고 기소하거나 처리를 미루는 게 더 정치 검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 수사팀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수사팀도 2021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기소하면서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5개월이 지나서야 결론을 내렸다. 김 여사의 2차 서면 답변서는 검찰이 요청한 지 1년 만인 작년 7월에야 받았다. 김 여사가 아니라면 검찰이 이렇게 기다려줬을까.

야당 의원들이 국감에서 검찰을 향해 “김 여사가 고용한 변호사, 로펌 같다”고 비판하는 게 정치 공세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검찰이 앞으로 ‘의심스러울 땐 혐의자에게 유리하게’라는 원칙을 김 여사 외에도 적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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