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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탈원전' 외치던 野, 이젠 "원전 연장"…그뒤엔 이재명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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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홍충읍 계마리에 자리한 한빛원전(옛 영광원전)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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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민들은 기본소득 100만원씩 받게 될까.

‘쩐의 전쟁’이라 불렸던 영광군수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각각 100만원과 12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18일 열린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주철현 최고위원(전남도당위원장)은 “기본소득 도입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기본소득 정책의 도입 시기에 대해 “올해는 이미 예산이 집행된 만큼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영광군에서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이재명 대표가 내걸었던 기본소득 정책이 처음으로 실현되는 셈이다.

영광군의 인구는 5만1430명이다. 주민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한다면 연간 514억3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는 올해 영광군의 예산 규모(7306억원)의 7%에 해당하는 액수다. 하지만, 영광군의 재정자립도는 11.7%로 전국 평균(18.5%)보다도 낮으며, 의존재원이 87.5%(전국평균 76.4%)에 달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열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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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 2024년 예산규모. 자료 영광군청


그럼에도 민주당이 기본소득 지급을 자신하는 것은 원자력발전소 덕분이다. 원전이 있는 지역은 ‘지역자원 시설세(원전세)’를 거둘 수 있는데, 영광에 있는 한빛원전(6개 원자로)은 1㎾당 1.5원을 납부하고 있다. 영광군에 따르면 한빛원전은 연평균 260억kWh의 전력을 생산해 400억원 가량을 원전세로 납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65%인 260억원이 순수하게 가용 예산으로 포함된다는 것이 영광군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구상대로 원전세를 통해 영광군민의 기본소득 100만원을 실현하려면 원전 발전량을 두 배가량 늘려야 한다. 실제로 민주당 측도 연간 전력생산을 516억kWh로 늘려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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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전남 영광군 터미널사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가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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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 때문에 최근 민주당에서는 그간 주장해왔던 ‘탈원전’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한빛원전 6개 원자로 중 2025년, 2026년 운영허가(40년) 기간이 종료되는 한빛 1·2호기에 대해서도 기간 연장에 긍정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영광군수 재선거 유세에서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추거나 재가동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원리주의 정당이 아니라 실용주의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10일 “급격한 탈원전을 지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탈원전이 지나치게 이념적·이상적 구호라는 지적이 많다. 점차 탈원전으로 가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 당장 추진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는 이상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현실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며 한빛 1·2호기의 연장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원전 발전량을 늘리는 데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등이 맞물려야 하는 만큼 민주당만의 구상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본소득 지급 방식을 정교하게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18일 통화에서 “‘무조건 다 준다’고 하면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지게 된다”며 “‘거주 1년 이상’ 등의 기준을 정해 수급 대상을 줄이는 등 재정 형편을 고려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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