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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오죽했으면”... 지갑 닫은 VC에 1억이라도 달라고 손 내미는 초기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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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업력별 신규투자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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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16시 4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금융사들이 출자 문을 닫으면서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관출자자(LP) 출자사업이 사실상 대형 하우스만의 각축장이 된 상황에서 민간 매칭조차 어려운 중·소형 하우스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으로 향하는 유동성이 마른 모습이다.

16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화학·소재기업 커런트비앤씨와 대성이노텍, ICT서비스 기업 믹스비전, 문화예술 플랫폼 기업 뮤티드시트러스노티스, 전기차용 충전기 제조기업 슈퍼핸즈, 역직구 플랫폼 엔케이마케팅 등 다수의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투자 희망 금액은 1억~5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1년 넘게 자금 조달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투자 라운드를 시작한 교육용 로봇을 제작하는 알에프에이는 현재까지도 1억원의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투자를 집행하고 보던 벤처투자 호황기 시절이 끝난 여파다.

소형 벤처투자사의 한 대표는 “펀드레이징은 언감생심이고, 자금 회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투자 집행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시드 투자 라운드에서도 적은 금액인 1억원 수준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는 게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초기 기업의 투자 유치 규모는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펀드레이징 경쟁이 심화하며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만들고자 하는 VC의 투자 기조가 강화했고, 이 때문에 초기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심해진 것이다. 전체 투자에서 초기 라운드 투자 비중을 보면 2020년 1조3205억원(30.7%)에서 올해 8023억원(19.6%)으로 급감했다.

이는 LP 자금이 대형 하우스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펀드 결성의 마무리를 담당하던 민간 금융기관까지 출자 규모를 축소한 탓이다. 지난해부터 바젤3 도입으로 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CET1) 관리가 중요해지며 모험자본 출자가 어려워진 것이다. 벤처 펀드 투자는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높아 자기자본비율(BIS)에 부담이 된다. 바젤3에 따라 금융당국에선 BIS 자기자본비율을 10.5% 이상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RWA 가중치가 400%라 벤처 펀드 출자 시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을 주는 구조다.

벤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PE 본부에서 진행하려던 투자 건이 투심위에서 여러 차례 거절당하고, 투자 금액이 30억원에서 10억원대로 낮아지기도 했다”며 “불과 몇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심사역들이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결정을 하기도 하고, 투심위가 깐깐하게 승인을 내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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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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