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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러·우 전쟁에 유럽 항공업계 '부글'…"中 항공사만 배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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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영공폐쇄로 유럽 항공사 우회…우회 않는 中항공사, 가격·시간 우위

유럽 당국에 '운항횟수 제한' 요구…韓 국적기도 돌아가지만 中에 고객 잠식은 없어

뉴스1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루프트한자 항공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자료사진>. 2024.03.0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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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10석 중 8석은 중국 항공사가 독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가 서방을 상대로 하늘 문을 닫는 바람에 유럽 항공사들의 중국 비행시간은 늘어났지만, 러시아 우방인 중국 항공사들은 우회 비행 없이 여전히 유럽으로 가는 최단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빠르고 저렴한 중국 항공사들에 고객을 뺏긴 유럽 항공업계는 '불공정 경쟁'이라며 유럽연합(EU)에 조속한 시장 개입을 촉구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항공사들은 최근 EU 집행위원회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항공사들을 규탄했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카스텐 슈포어 최고경영자(CEO)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유럽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은 러시아 영공을 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 영공을 사용하는) 중국 항공사들만 엄청난 이익을 본다"고 말했다.

일부 유럽 항공사들은 자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 항공사의 유럽 노선 운항 횟수를 제한해 달라고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5일 소식통을 인용해 에어프랑스·KLM 그룹이 최근 프랑스 정부에 이같이 요구했으며 루프트한자도 독일 정부에 왜곡된 경쟁을 바로잡는 데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KLM의 마잔 린텔 CEO는 지난주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U 집행위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중국 항공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직항편의 경우 △영국 브리티시에어는 12시간 35분이 소요되지만 △중국 에어차이나는 11시간 5분이면 된다. 요금은 이코노미석 기준 브리티시에어가 397파운드(약 71만 원)로 306파운드(약 54만 원)인 에어차이나보다 비쌌다. 승객들로선 유럽 항공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저렴한 요금에 시간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항공사에 밀린 유럽 항공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중국을 오가는 노선을 정리 중이다. 루프트한자는 프랑크푸르트-베이징 노선을 매일 운행할 때마다 최대 50만 유로(약 7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해당 노선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브리티시에어는 이달부터 런던-베이징 항공편 운항을 1년간 중단했고, 영국 버진애틀랜틱은 아예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그사이 중국 항공사들은 유럽 항공편 좌석을 잠식했다. 항공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중국 국적기의 중국-유럽 노선 좌석 점유율은 48.8%로 비중국 국적기(51.2%)를 밑돌았지만, 지난달에는 77.3%를 차지했다. 유럽 항공사들이 노선을 정리하고 있는 만큼 오는 12월이 되면 중국 국적기의 좌석 점유율은 79.4%까지 올라갈 것으로 시리움은 내다봤다. 특히 중국-영국 노선은 95%, 중국-이탈리아 노선은 100% 중국 국적기 좌석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내 항공사들도 유럽을 오갈 때 러시아를 우회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러시아 영공 통제 대상 국가는 아니지만, 안전 문제가 있는 데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영공 통과료를 러시아에 지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에서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를 오가는 유럽 노선 비행시간은 전쟁 전보다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다만 중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국내 승객은 많지 않아 유럽 항공사들처럼 손님을 빼앗길 우려는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발 유럽행 항공권 가격을 싸게 사고 싶어 하는 일부 고객들은 중국을 경유하더라도 국내 항공사 직항과의 비행시간 차이가 크지 않아 중국 항공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도 "장거리 노선일수록 안전을 중시하고, 국적기를 선호하는 현상이 커 아직 중국 항공사를 선택하는 고객들의 비중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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