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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50층 보단 높아야 랜드마크지”…재건축 마천루 열풍 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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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압구정4구역 최고 290m 재건축 추진
송파 장미 최고 69층 건축 검토
성수 각지구, 70층 이상 초고층 설계 내세워
목동·여의도 60층 이상 예고


매일경제

현대 1~4차·신현대 등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전경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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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 변 재건축 최대어인 압구정 아파트지구내 재건축 추진 구역들을 비롯해 성수와 목동, 여의도 등 주요 정비사업 지역에서 50~70층 이상의 ‘마천루’ 초고층 정비를 추진하고 나섰다.

불가피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 증가에도 주거지의 랜드마크화를 통해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달 13일부터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4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변경안’을 주민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압구정4구역 재건축 조합은 변경안에 압구정동 481 일원 현대8차, 한양 3·4·6차 아파트를 최고 290m, 69층 이하, 1722가구 아파트로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번 정비계획 변경은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압구정 2~5구역의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며 ‘창의혁신 디자인’을 적용하면 50층 이상의 높이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다른 압구정 아파트지구 구역들도 초고층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앞서 가는 곳은 압구정2구역이다. 앞서 강남구는 6월 압구정2구역을 최고 70층, 2606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열람 공고한 바 있다. 이 안은 지난달 구의회 의견 청취도 통과해 연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정비계획이 결정 고시되면 70층 재건축이 확정된다.

압구정5구역(한양1·2차)도 최고 69~70층 재건축을 골자로 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지난달 초 강남구에 제출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압구정3구역(현대1~7·10·13·14차)은 임대주택 소셜믹스와 공공보행통로 선형 변경 등을 놓고 시와 이견을 보이다가 최근 강남구에 70층 안팎 재건축 내용의 정비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2·4·5구역은 정비계획 고시 이후 이르면 내년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강 변 초호화 랜드마크 아파트를 짓기 위한 시공사들의 수주전도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잠실 한강 변 단지 중 마지막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장미 1·2·3차 아파트도 최고 69층 건축을 검토하고 나섰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가 최고 70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데 이어 장미아파트도 ‘초고층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잠실 랜드마크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장미 1·2·3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현재 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망 주택형과 최고 높이 선호도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합이 제시한 선택지는 최고 49층의 준초고층과 최고 69층의 초고층 두 가지다. 조합은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해 건축 계획을 수립해 송파구에 입안할 예정이다.

양천구는 오는 11월 5일까지 목동8단지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안의 공람을 받는다. 198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시 최고 49층 이하, 1881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정비계획안이 공개된 네 번째 단지다.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와 올 5월 정비구역지정 공람을 진행한 4단지, 18일 정비계획안 주민설명회를 앞둔 13단지도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추진하고 있다. 5000가구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14단지는 최고 60층으로의 재정비를 예고했다.

목동 1~3단지도 초고층 재건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해당 용도지역을 기존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으로 올리는 대신 공공기여로 공원을 조성하기로 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2종은 15층까지의 아파트만 지을 수 있지만 3종은 층수 제한이 없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도 초고층 아파트타운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앞서 성동구는 지난달 총 4개 지구 중 마지막으로 성수3지구 재개발구역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 변경안을 공람 공고했다. 조합원들은 최근 조합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50층 이상 초고층 건립을 의결했다.

4지구는 한강 조망권을 살린 77층 초고층 설계를 확정한 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대로 착공되면 현재 성수동 최고층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48층)보다 29층 더 높은 아파트로 거듭난다.

정비계획 변경을 진행하고 있는 2지구는 올해 말 변경안 통과에 따라 정확한 층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3월 열린 총회에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771명의 참석자 중 준초고층(50층 미만)은 375표, 초고층(50층 이상 70층 이하)은 369표를 각각 획득하는 접전이 벌어졌다. 이후 진행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는 70층 이상 초고층을 원하는 주민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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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65층 재건축 허가가 난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의 모습[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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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일대도 초고층 주거지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활용,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되면 용적률을 최대 800%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처음 시공사를 선정한 한양아파트는 최고 53층, 956가구로 재건축을 진행한다. 신통기획 1호 재건축 단지로 지정된 시범아파트는 최고 65층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데이케어센터(노인돌봄시설) 기부채납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어 층수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대교아파트는 지난8월 최고 49층, 총 912가구를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이 확정됐고, 지주아파트는 지난해부터 58층으로의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시가 여의도 금융중심지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수정 가결함에 따라 공작·수정·진주·서울 등의 단지는 향후 추가적인 용적률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들이 초고층 아파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사업성을 끌어 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높게 지은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강 변에 위치한 단지라면 조망권을 바탕으로 재건축 이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높이 지을수록 공사비가 천정부지 오른다는 점이다. 초고층 건축은 강풍이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고가의 자재가 필수다.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 많고, 50층 이상이나 높이 200m 이상 건축물의 경우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용 승강기, 소화설비 등의 인허가를 받아야해 상당 시간 소요된다. 이로 인한 금융 비용은 결국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온다.

높이 올라갈수록 건폐율이 낮아지니 남는 땅에 지을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 등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잠실 장미 1·2·3차 재건축 조합은 최고 69층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최고 49층 재건축 대비 공사 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지고, 공사비는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부담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올 초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49층으로의 설계 변경을 추진하다 조합원 반대에 부딪혀 기존 정비계획대로 짓는 방향을 선택했다. 공사비가 2200억원가량 추가되는 데다가 준공도 7개월 이상 밀릴 것이란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와의 협의도 변수다. 조화로운 경관 형성에 저해된다고 판단될 경우 도시계획위원회가 건축안을 반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 재건축 조합들에 70층 주동 개수를 줄일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도 시 협의 과정에서 68층 재건축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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