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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하마스 1인자’ 죽음에도 포성 이어지는 가자···‘승자 없는 전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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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신와르 사살 후 가자 공세 강화

“네타냐후, 권력 유지 위해 전쟁 지속할 것”

실패로 끝난 신와르 도박, ‘주권국가’ 꿈 멀어져

“‘위협’ 제거한 이스라엘, 또 다른 위협 양산”

경향신문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탱크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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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1년 넘게 추적해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1인자 야히야 신와르를 사살했으나 가자지구에선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설계하고 주도한 신와르의 죽음으로 종전의 새 돌파구가 열릴 것이란 희망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빠르게 식었다. 이스라엘군이 오히려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며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도시 베이트라히야를 공습해 최소 87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보건부와 의료진이 밝혔다. 전날부터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도 최소 33명이 숨졌고, 중부 자와이다 주택가와 마그하지 난민촌에선 5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은 북부 인도네시아 병원과 알아우다 병원, 카말아드완 병원 등 병원 3곳도 공격해 의료진 등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만류에도 북부 포위 공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신와르 제거 이후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부 지역은 현재 통신과 인터넷까지 끊기면서 정확한 피해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최후 모습을 담은 전단을 가자지구에 뿌리며 하마스 조직원들에게 인질을 석방하고 투항하라고 촉구했다.

신와르의 죽음을 휴전협상의 새 지렛대로 삼으려던 미국은 이스라엘의 강경 행보에 또다시 난감한 처지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신와르의 죽음을 “새 기회”로 평가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쟁을 단번에 끝내기 위한 길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은 끝나지 않으며 아직 우리에겐 큰 과제가 남아있다”고 응수했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군의 철군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신와르의 순교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는 살아있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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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알아크사 병원 공습 현장에 한 아이가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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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가족들은 신와르의 죽음을 계기로 휴전 협상에 신속하게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전쟁을 자신의 권력 유지의 지렛대로 삼아온 네타냐후 총리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갈망해온 신와르의 죽음이란 성과를 얻었으나, 전쟁을 끝낼 마음이 전혀 없다”며 “그는 이 죽음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하마스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안보 실패와 자신이 받고 있는 여러 건의 부패 혐의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쟁을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재결집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전쟁 이후에도 계속 가자에 주둔해야 한다며 사실상 ‘점령’ 의지를 밝히는 등 전후 구상을 두고서도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종전 후에도 팔레스타인 주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 파트너들은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를 연이어 제거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테러리즘 전문가들은 무장세력 지도자들을 사살하는 이른바 ‘참수 전략’이 단기적으론 상대의 힘을 빼놓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이들을 더욱 결집시키고 급진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중동지역에선 심한 부상을 입은 신와르가 죽기 직전 이스라엘군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며 저항하는 최후 영상을 이스라엘군이 공개하자 그를 “끝까지 점령군에 저항한 영웅”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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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진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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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도 ‘승자 없는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라는 ‘도박’으로 궤멸 수준의 위기에 내몰렸으며, 애초 의도했던 것과 달리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의 꿈은 더욱 멀어졌다.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센터 대표 낸시 오카일은 “신와르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지정학의 중심으로 끌어 올리는 목표는 확실히 달성했지만, 이로 인해 매우 큰 대가를 치렀고 미국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 상황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암살 작전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위협이 영구적으로 제거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키고 수천명의 전쟁고아를 양산한 이스라엘이 이 전쟁을 계속한다면 하마스가 당장은 힘을 잃더라도 “급진주의에 취약한 또 다른 세대가 탄생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국제전략연구소의 중동 담당자인 에밀 호카옘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이스라엘은 직면했던 전략적 위협 중 일부를 무력화했으나, 동시에 새로운 위협도 만들어 냈다”며 “(반이스라엘) 저항 운동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저항 정신은 무력화되지 않았다. 저항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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