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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권역외상센터 “수술·처치 불가”이유로 뺑뺑이 비중 5년새 6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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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의 한 권역외상센터를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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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에서 외상환자에 대한 응급 수술·처치를 하지 못해 전원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권역외상센터 전원환자 134명 중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를 요한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의 비중은 41.8%(56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20.4%의 두배가 넘고, 2019년 7.1%에 비해 5.9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그간 외상센터의 전원 사유 대부분은 ‘경증 또는 환자 사정’ 때문이었으나 의·정 갈등으로 의료공백이 심각해진 올해의 경우 수술·처치를 하지 못해 전원한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 5년간 경증 또는 환자 사정으로 전원된 비율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73~82%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필요를 이유로 전원된 비율은 2019년 7.1%에서 지난해 20.4%로 늘었다. 올해는 6월 기준 수술·처치를 하지 못해 전원한 비중이 40% 이상으로 급증했다.

권역외상센터란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중증외상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 및 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현재 전국 각지에 17개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돼 있다. 이들 병원은 24시간 365일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수술 및 치료를 전담하기 위한 전담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외상진료, 권역외상센터 설치·운영, 전담전문의 충원을 위해 각종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원 예산은 556억3200만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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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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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충북대, 원광대, 아주대, 의정부성모병원은 전원 환자 100%가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요한다’는 이유였다. 국립중앙의료원(91.7%), 가천대길병원(83.3%), 목포한국병원(50.0%), 제주한라병원(50.0%)의 경우도 절반을 넘겼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권역외상센터는 초기 응급처치부터 최종 진료까지 모두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이들이 당직까지 전담하면서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가 없다보니 권역외상센터나 권역응급센터의 전문의들이 당직을 모두 담당하면서 다들 지쳐있는 상태”라면서 “사람이 부족해 일을 줄일 수밖에 없고, 환자를 입원시키기 힘든 경우가 이전보다 많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박희승 의원은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를 늘리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응급수술·처치를 못해 환자를 전원시키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면서 “권역외상센터에서의 적시 치료는 환자의 생사와 직접 연결된다. 양적 확대뿐 아니라 권역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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