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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슈 콘솔 게임 이모저모

신화·기술 결합… ‘콘솔 불모지’ 中 게임시장 손오공이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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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신화:오공’ 글로벌 히트

‘오공’이 주목받는 이유

750억 투입 제작 中 최초의 AAA급 게임

화려한 그래픽·스토리텔링·액션 등 호평

출시 두달 만에 2100만장 팔려 ‘고공행진’

3분기 해외매출 21% 증가… 돌파구 역할

韓 콘솔 게임 현주소는

정부, 6300억 모태펀드 조성… 이자 지원

‘블루오션’ 콘솔 게임시장 육성 방안 발표

대작 한편 개발비 1000억∼3000억 소요

“이자 지원만으로는 개발 역부족” 지적

중국 비디오게임 시장이 롤플레잉(RPG) 게임 ‘검은 신화:오공’(이하 오공)의 성공 여파 속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음악영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출판위원회는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중국 비디오 게임 시장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95% 늘어난 918억위안(약 17조64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시 두 달 만에 20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오공이 중국 역대 최대 게임매출을 견인하면서 저성장에 들어선 중국 게임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일보

중국 '게임 사이언스'의 트리플A 게임인 '검은신화:오공' 이미지. 게임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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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 출시 두 달 만에 1조4000억 매출

20일 게임 시장 조사업체 VG인사이트에 따르면 오공은 글로벌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서도 지금까지 2100만장이 팔려나갔다. 게임을 개발한 중국 항저우의 ‘게임 사이언스’는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매출을 올리며 단숨에 스팀에서 글로벌 게임 회사 랭킹 12위에 올랐다. 개발 및 제작비 약 750억원에 비슷한 수준의 마케팅 비용이 투자됐다고 감안해도, 1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3인칭 액션 RPG인 오공은 중국 최초의 트리플A(AAA)게임이다. 트리플A게임은 게임 시장의 트랜드를 이끄는 대작을 일컫는 수식어다. 게임 업계에서 편의상 부르는 비디오게임의 분류로, 대형 게임사가 대량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양질의 게임을 만들어 수백만장의 판매량을 목표로 하는 게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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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단 평가가 많다. 콘솔 게임의 불모지이자 무덤으로 꼽히는 중국게임사가 만든 게임으로 당초 기획단계부터 불안하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공개된 뛰어난 그래픽과 개성 있는 전투시스템으로 수작 콘솔 액션 게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뛰어난 그래픽과 연출, 동양적인 미를 잘 표현한 아트 디렉션, 다채로운 액션과 높은 퀄리티의 보스전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서유기라는 글로벌 지식재산(IP)을 활용한 덕분에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도 강화했다. 게임은 손오공의 영혼 조각 6개를 찾기 위한 주인공이자 원숭이인 천명을 지닌 자의 모험을 다룬다.

스팀에 오공은 5.13%의 영어권 리뷰 중 93%의 긍정 비율을 얻고 있다. 그간 라스트오브어스와 갓오브워 등 콘솔게임 명작에 친숙한 영어권 유저 10명 중 9명이 중국에서 만든 오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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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중국게임업계에 돌파구 역할 톡톡

오공의 성공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저성장에 들어선 중국 게임산업의 돌파구가 됐기 때문이다. 2022년 중국 모바일게임 매출액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4.4% 감소한 1930억5800만위안을 기록했고 모바일게임 이용자 수도 6억5400만명으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현지 게임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신제품이 부족했고,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은 시장 규모 감소와 경쟁 과다 등의 문제로 기존 유저들이 선호하는 게임 업데이트 및 운영을 중시하고 신제품 출시에 신중한 추세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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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콘솔 게임인 오공의 등장이 정체돼 있던 중국 게임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단 평가가 나온다. 오공 덕분에 중국 게임의 3분기 해외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약 21% 뛰어오른 51억7000만달러(약 7조930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내 콘솔게임에 대한 인기가 급증하는 촉매제가 됐다. 오공의 주요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5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급증했고, 알리바바 게임 기기 목록에서 1위에 올랐다. 검은신화 오공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4 호환이 되지 않아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선 소니의 최신형 콘솔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 게임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콘솔게임 진출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부는 지난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통해 콘솔 게임 육성 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 실체를 보면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한국 웹툰·드라마 등 주요 IP를 활용한 게임 제작을 지원한다는 방침인데, 이를 위해 올해 6300억원의 모태펀드를 조성하고 완성보증과 이자지원은 각각 250억원, 50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콘솔게임의 경우에는 약 1000억원에서 3000억원에 가까운 개발비용이 쓰인다는 점에서 정부의 콘솔게임 육성 정책이 안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검은 신화 오공의 경우 약 6년의 개발 기간과 4억위안(약 750억원)의 개발비가 쓰였다. 라스트 어브 어스 파트2의 경우 약 2900억원이,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2700억원의 개발비용이 들었다. 한해 이자지원 50억원으로는 제대로 된 AAA게임의 개발은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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