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한반도 안보 지형… 전문가 4人에게 듣는다] 위성락 前 러시아 대사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20일 본지 통화에서 “김정은은 러시아라는 확실한 ‘뒷배’, 예전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같은 진영에 있는 중국, 자체 핵·미사일 역량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몸값을 높여 미국과 새로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위 의원은 “북한은 러시아의 우방국 중 유일하게 무기와 병력을 모두 지원했다. 김정은은 러시아에 파병까지 해줬기 때문에 유사시에 러시아가 같은 식으로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확신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위 의원은 “핵 개발로 국제적 고립 속에 있던 김정은이 미·중, 미·러 대립이 격화되는 신냉전의 진영 구도를 체제 존립의 활로로 삼으려 하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고도 했다.
위 의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핵잠수함 같은 민감한 군사기술은 러시아가 북한과 공유를 안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건 과거의 안일한 상식”이라며 “지금 북·러는 체제 존립이 걸려 있는 사생결단의 게임을 하고 있는데 기존의 핵 비확산 원칙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의 핵 자산 운용을 전제로 한 한·미 동맹 조건 아래서는 한반도 비핵화,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이미 종결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위 의원은 “한·미와 북한이 군사적 충돌을 하게 되면 러시아의 한반도 파병까지 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이제 북한 비핵화, 한반도 통일 등 한국만의 외교 어젠다 추구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중·러와 수교를 맺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 성공 이후 고립된 북한은 핵 카드를 꺼내 들었고,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은 푸틴과 김정은의 북·러 군사동맹 체결로 이어졌다”며 “한·미·일 공조 강화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맞는 방향이지만 동시에 중·러와의 외교 공간이 담긴 한국형 외교 좌표도 있었어야 하는데 그게 없이 한 방향으로만 저돌적으로 돌진한 결과가 현재 상황”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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