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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환갑여행 버스서 ‘민폐 술판’… 말리는 기사에 “넌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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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 승객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술병(노란색 원)을 들고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유튜브 한문철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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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기념해 여행을 떠난 초등학교 동창 승객 일부가 버스 내에서 술판을 벌여 곤욕을 겪었다는 버스기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3일 유튜브 ‘한문철 TV’에는 자신을 28인승 버스기사라고 소개한 제보자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지난달 28일 18명의 승객을 태웠다. 인천 남동구에서 출발해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A씨는 “승객들은 처음 탑승할 때부터 대형 아이스박스에 음식을 잔뜩 담아 승차했다”며 “돌아올 때도 홍어회무침을 비롯한 유독 냄새가 심한 음식과 술을 갖고 차에 탔다”고 했다. A씨가 말렸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서산으로 향할 때 한 명씩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자기소개를 했지만, 이름과 사는 곳 정도를 말하는 짧은 시간이었고 차가 흔들리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었다고 A씨는 기억했다.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다.

A씨는 “전체 승객 중 7명 정도가 술에 취했던 것 같다”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내에서 안전벨트도 착용하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뒷좌석 팔걸이에 걸터앉아 지속해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이어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술이 모자랐는지 차량 맨 앞에 있는 아이스박스까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로 돌아다녔다”고 했다.

차량 내부를 비추는 블랙박스 영상에는 한 남성 승객이 앞자리에서 술병을 들고 휘청거리며 뒷자리로 가는 모습이 담겼다. 앞좌석에 앉아 있던 승객이 술판을 벌이는 이들을 향해 몸을 돌려 “앉으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들의 술자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 (자리에) 안 앉으면 버스 가지 말어!”라며 차를 세우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위험해서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졸음쉼터에 버스를 세웠다. 그는 “모든 승객이 좌석벨트를 착용해 주시고, 잔금을 마무리 지어주면 다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총 85만원의 버스 이용 요금 중 10만원의 계약금만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자 승객들은 “다른 버스 불러서 갈 테니 너는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운임을 받지 않겠으니 전부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승객들은 새로운 차량이 올 때까지 A씨가 떠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차를 막아섰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승객들이 떠난 후 버스를 청소하던 A씨는 그 안에서 노란 액체가 든 플라스틱 병을 발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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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다른 차를 부르겠다며 졸음쉼터에 서 있다. 일부 승객은 버스 앞에 주저앉아 있다. /유튜브 한문철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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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못 받은 운임이 중요하지 않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일이 이제는 제발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승객들을 가만히 두면 운전자는 벌점과 운행정지 처분을 받는다”며 “생계에 위협이 된다”고 했다. 그에 비해 승객은 경범죄 처벌을 받을 뿐이라며 “운전자는 승객들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보다시피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 승객에게 좀 더 강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도로교통법은 승객이 차 안에서 안전운전에 현저히 방해가 될 정도로 춤을 추는 등 소란행위를 하면 운전자가 제지하도록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운전기사에게 벌금 10만원과 벌점 40점이 부과된다. 면허 40일 정지 조치도 가능하다. 반면 탑승객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3만원이 부과된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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