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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2명분 일했는데 '충분한 인원'?‥고 김명규 사망 CCTV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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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 8월 18일, 40대 남성 김명규 씨가 쿠팡 물류캠프에서 밤샘 근무 도중 쓰러져 숨졌습니다.

20여 일 만에 MBC 보도로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쿠팡 측은 당일 충분한 인원이 투입됐고, 강도가 낮은 업무였다고 주장했는데요.

김 씨가 숨진 날 작업장 CCTV 영상을 MBC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쿠팡 측 해명이 설득력 있는지 보시죠.

차주혁 노동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쿠팡 시흥2 캠프 프레시백 세척 작업장.

서툴게 장비를 작동해보는 이 사람, 49살 김명규 씨입니다.

김 씨와 아내, 그리고 일용직 4명.

8월 18일 자정, 작업 시작 인원은 6명이 전부입니다.

통상 4인 1조 2개 팀이 투입되는데, 2명이 모자랍니다.

그날 김명규 씨는 제일 힘든 적재 운반 작업을 했습니다.

사람이 부족해, 2개 작업대를 혼자 맡아야 했습니다.

일용직 근무 이틀째였습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이 사람은 닦고, 이 사람은 접고 있잖아요. 그런데 남편만 지금 두 군데 거를 일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프레시백 1개 무게는 대략 800그램.

우선 이걸 5개씩 운반대 위에 쌓습니다.

총 120개가 모이면, 지정된 장소까지 손수레로 옮깁니다.

무게도 무게지만, 허리를 숙인 채 비닐 포장지로 고정하는 게 더 힘듭니다.

[쿠팡 시흥2캠프 근무자 A (음성변조)]
"쌓고 랩핑을 해야 되는데 초보자들은 랩핑을 잘하지 못해요. 초보자들을 절대 두 줄을 시키진 않거든요."

0시 43분, 한 명이 더 출근했습니다.

작업대마다 3명씩 배치되자, 세척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빨리빨리 나오잖아요, 이제. 빠른 사람들이 막 넣으니까…"

세척된 가방들이 작업대 위에 겹겹이 쌓입니다.

한쪽 걸 옮기면 다시 다른 쪽에 쌓이고, 양쪽에서 밀려드는 물량을 혼자서 감당하긴 무리였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가방 쌓는 걸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두 사람이 해도 쌓일 때가 있어요. 그런데 한 사람이 하는데 저게 어떻게 안 쌓여요? 기자님."

1시 56분, 김 씨는 일을 시작한 뒤 처음 5분 정도 자리를 비웠습니다.

너무 힘들어, 1시간 뒤부터 운반 작업을 동료와 교대하기로 했습니다.

[쿠팡 시흥2 캠프 근무자 B (음성변조)/유가족 통화 녹취]
"'3시에 바꿔서 하자'라고 제가 그렇게 얘기했었고, 그래서 '알겠다'라고 얘기하고…"

그리고 7분 뒤, 김명규 씨가 비닐 포장지를 챙겨 가방더미 옆에 앉습니다.

잠시 아무런 움직임이 없더니, 뒤에 있던 운반 장비 위로 쓰러집니다.

사람이 쓰러졌다는 외침을 듣고서도, 아내는 설마 했습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제 모습 한번 보세요. 기자님 보이시죠? 저게 사망한 (김명규 씨) 부인의 모습이에요? 저 진짜 몰랐다니까요."

구급차 도착까지 17분간의 응급조치.

사람 목숨이 달린 위급한 상황인데도, 다른 쪽에선 모두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곳에선 특별한 사고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쿠팡 시흥2 캠프 근무자 C (음성변조)/유가족 통화 녹취]
<올여름만 해도 한 7~8명 쓰러졌죠?>
"그거 다 숨겼어요. 우리 쪽에서 쓰러져서 한 3~4명 응급실에 실려간 것도 알고. 내가 증인이에요. 쓰러진 사람을 잠을 안 자고 왔다는 둥, 지병이 있다는 둥,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것도 알고."

쿠팡 측은 지난달 8일, 1차 문자 답변을 통해 "당일 평소 이상의 충분한 인원이 업무를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다경/고 김명규 씨 아내]
"충분한 인원… 두 라인을 하는데 어떻게 충분한 인원이에요, 그게. 그러면 기계 하나만 돌려야지. 그런데 어떻게 두 라인을 돌려놓고 충분한 인원이에요? 1명이 모자라잖아요."

그리고 쿠팡 뉴스룸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고인은 업무 강도가 낮은 프레시백 자동 세척 업무에 배정됐고, 법정 휴게시간의 3배를 부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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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기자(ch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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