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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MT시평]상속세 개편과 배우자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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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1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며 자녀공제금액을 현행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등 상속세 개편방안도 포함돼 있다. 또한 정부는 상속세 과세방식을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이 남긴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이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입법이 이뤄지면 상속세 과세체계의 대전환이 될 수 있다.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눈여겨볼 부분은 배우자공제 부분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한 브리핑에서 "배우자에 대해서는 현재 3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자녀가구를 대우해주기 위해 자녀공제를 상향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배우자가 받는 상속재산에 대한 공제한도액을 현행과 같이 30억원으로 유지할지, 아니면 상향할지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판례가 있다. A씨는 남편과 혼인한 후 약 30년간 혼인생활을 유지하다 2011년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약 50억원을 받았다. 이후 약 7개월 후 남편이 암으로 사망했다. 과세당국은 A씨가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위장이혼했다고 봐 약 36억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위장이혼으로 봤으나 대법원은 결론을 달리했다.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설령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16두58901판결). 배우자 사망 전에 이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상속을 받으면 상속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배우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이 있는 반면 상속의 경우 상속재산에 대한 가족원의 기여분 청산과 피상속인 사후 가족원의 생활보장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제도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봤다(헌법재판소 2015헌바24 전원합의체 결정). 하지만 이혼에는 세금이 없지만 상속에는 세금이 부과된다는 현실은 사망을 앞둔 배우자에게 깊은 고민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혼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한국의 배우자공제 비율은 국제적으로도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유산세 과세방식을 택한 미국과 영국은 배우자공제의 한도가 없고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을 택한 독일은 민법상 배우자 몫은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프랑스 역시 배우자공제의 한도가 없다. 일본 역시 법정상속분까지는 사실상 전액 공제된다.

요컨대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을 도입한다면 배우자상속공제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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