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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손흥민 앞에선 한국어 잘만 하더니"...국감 통역 대동한 아디다스 대표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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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어로 묻고 답해
여야 의원들 "국회 모욕죄로 특별조사 필요"
답변 내내 주머니에 손 찔러 넣기도
아디다스 본사 갑질에 점주들은 줄줄이 폐업, 파산
한국일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국회방송 캡처


가맹점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피터 곽(곽근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가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역사를 대동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곽 대표는 지난해 국감까지만 해도 한국어로 듣고 대답했다. 김정중 아디다스 전국점주협의회 회장은 “회사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직접 한국어로 발표하던 분”이라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앞서 아디다스코리아는 2022년 1월 사업을 개편하면서 가맹점주들에게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계약을 종료 당한 가맹점주들은 아디다스 전국점주협의회를 구성하고 온라인 판매권 박탈,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 등 그간 아디다스 본사 측으로부터 받아온 갑질을 호소하고 나섰다. 곽 대표와 김 회장은 같은 문제로 지난해에도 정무위 국감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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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6일 김정중 아디다스코리아 점주협의회 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최근 완판되고 있는 운동화가 대리점에는 공급되고 있지 않다며 발언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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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2022년 아디다스코리아가 ‘퓨처파트너’ 정책 발표 후 전국 120곳 넘는 대리점 중 19곳만 남겼고, 80명 넘는 대리점주와 계약갱신을 거부했다”며 곽 대표에게 “지난 1년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냐”고 물었다.

곽 대표가 통역을 통해 질의를 듣고 영어로 대답해 답변 시간이 지체되자 신 의원은 “지난해엔 한국어로 답변을 다 했는데 올해는 통역을 왜 쓰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곽 대표는 영어로 “작년 국감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며 “(어눌한) 한국어로 인해 (잘못 발언하면) 위증의 위험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통역으로 인해 시간이 크게 지체된 탓이다.

이후 곽 대표는 일부 한국어로 답변을 했는데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어휘를 구사했다. 곽 대표는 지난 7월 아디다스가 손흥민 선수를 초청한 행사에서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통역 없이 유창하게 의사소통한 바 있다.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곽 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역시 “충분히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데 국감을 무력화하려는 의도 같다”며 “국회 모욕죄로 공정위에서 특별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은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굳이 통역을 붙여서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지 저도 고민을 해봤다”며 “강민국 의원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야 간사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곽 대표의 태도도 문제가 됐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곽 대표가 질의 중 계속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는데 이처럼 건들거리는 증인은 본 적 없다”며 “캐나다(곽 대표의 국적)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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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가 지난 7월 아디다스 행사장에서 손흥민 선수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인터티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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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해지 통보 후 아디다스 매출 10배 급증... 점주들은 막대한 부채 떠안고 폐업


신장식 의원에 따르면 점주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이후, 2022년 아디다스코리아의 매출액은 7,867억 원으로 전년(8,663억 원) 대비 9.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46억 원으로 전년(69억 원)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1년 사이 영업이익이 뛴 배경은 본사와 점주 간 계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반면 계약해지 통보 이후로 2022년 108명이던 아디다스 점주는 올해 49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지금까지 파산 선고를 받은 점주도 7명으로 나타났다.

이날 김정중 점주협의회장은 “제가 작년 이 자리에서 아디다스코리아의 갑질 사례를 증언했지만 본사로부터 연락 한 번 없었다”며 “많은 점주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폐업했고, 그중 일부는 파산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 역시 “지난달 4일 협의회에 보낸 공문이 지난해 국감 이후 아디다스코리아가 한 첫 조치”라며 “그때까지 점주들과의 소통이 한 번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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