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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그러니까 '1주' 더 준다고?"…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의 키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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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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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재수생' 두산그룹이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을 관철시키고자 새로운 거래 구조를 설계했다. 앞선 실패를 거울삼아 주주에게 더 많은 주식을 나눠주도록 한 게 핵심인데, 여전히 그 비율을 놓고 의견이 분분해 이들 기업이 주주와 금융당국의 높은 벽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 로보틱스 등 3사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분할 합병비율 변경 등을 포함한 안건을 의결하고 정정신고서를 공시했다. 오는 12월12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구조조정 계획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밥캣을 로보틱스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에너빌리티를 사업 회사와 신설 투자법인(밥캣 지분 보유)으로 인적분할한 뒤 새 법인을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식이다.

두산은 합병비율을 1대 0.043으로 설정했다.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했다면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부여한다. 에너빌리티 75.3주에 로보틱스 3.15주를 준다던 원안보다 상향된 수치다. 두산 측은 두산밥캣 분할 비율의 기준을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에서 '시가'로 바꾸고 신설 법인과 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적자기업' 두산로보틱스의 가치가 '알짜' 밥캣보다 월등히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밥캣은 그룹 실적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기업이다. 지난해에도 그룹이 벌어들인 1조4363억원 중 1조3899억원이 밥캣에서 나왔다. 반면, 로보틱스는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식구' 간의 거래라 할지라도 밥캣이 헐값에 넘어간다는 인식을 버리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주주에게 돌아가는 주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아니다. 로보틱스로 따지면 기존보다 '1주' 정도 더 받는 수준이다.

물론 주주에게 지급되는 에너빌리티 주식 수가 기존 75.3주에서 88.5주로 10주 이상 늘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득실을 가늠할 수 없다.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회사 밥캣이 떨어져 나가는 만큼 에너빌리티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현 2만원 수준인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에너빌리티는 2017년 이래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배당도 하지 않는데 주가까지 받쳐주지 않는다면 주주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계 전반에선 주주총회까지 두산의 합병비율을 사이에 둔 설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관심사다.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의 증권신청서를 정정토록 요청함으로써 합병을 중단시켰다. 사업 구조 개편 목적과 분할 합병 배경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결국 합병비율이 문제였다. 따라서 새 계획을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 시장에선 주목하고 있다.

관건은 두산 측이 산정한 신설 투자법인(밥캣 지분 보유)의 가치를 금감원이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과거 금감원은 해당 법인의 수익가치를 공정·타당하게 산출해야 한다며 현금흐름할인법, 배당할인법 등 미래 수익에 발생하는 효익에 기반한 모형을 적용하고 숫자를 기준시가를 활용한 평가 방법과 비교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두산은 고집을 부렸다. 신설 법인이 비상장 형태라 기준시가를 산정할 수 없고 현금흐름할인법이나 배당할인법은 평가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본질가치 평가 방식'을 적용했다는 논리를 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주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비율을 변경했다"며 "사업구조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주들은 추가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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