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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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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세력화 피하고 본모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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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왕산 성도종 신임 종법사



중앙일보

원불교 왕산 성도종 신임 종법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평화 가득한 낙원의 삶을 살 수 있나. 이것이 원불교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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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하나로, 세상을 은혜로.”

22일 전북 익산의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왕산 성도종(74) 신임 종법사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원불교는 12진법에 바탕을 둔 36년 단위의 고유한 시대 구분법을 쓴다. 1916년에 문을 연 원불교는 지난해 3대(36×3)를 마무리하고, 올해 4대의 문을 열었다. 그 시작을 책임진 성 종법사에게 교단 운영 방향을 물었다.

Q : 원불교, 앞으로 어디로 가나.

A :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기치를 올렸다. 100년 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인류사에 큰 울림을 내고 있다. 원불교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법 정신의 회복’이다.”

Q : 교법 정신의 회복, 무엇을 말하나.

A : “원불교가 왜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소태산 대종사께서 왜 원불교를 개교했는지, 원불교를 통해서 세상에 뭘 하려고 하는지. 이건 우리가 놓쳐선 안 될 근본 과제다. 어찌 보면 영원한 과제다. 이걸 되짚어 보면서 털어낼 건 털어내고, 다시 세워야 할 건 세워야 한다.”

왕산 신임 종법사가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표어는 “마음을 하나로, 세상을 은혜로”다. 그걸 한 마디로 줄여서 ‘이 공부, 이 사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모두와 더불어 공부하자”고 강조했다.

“마음을 하나로 하는 건 수행의 핵심이다. 이건 원불교의 개교 정신이고, 근본 사명이다. 정산 종사(2대 종법사)께서는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럿이라고 했다. 그 길에서 더불어 모두와 함께 낙원을 개척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게 ‘세상을 은혜로’이다. 우리가 좀 더 멀리 보고, 좀 더 넓게 보는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세상의 분열과 대립과 투쟁이 사라질 수 있지 않겠나.”

원불교 역대 종법사는 삭발했다. 최고 지도자로서 수행자의 상징적 모습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원불교 내부에서는 신임 종법사가 삭발할지가 작지 않은 관심사다. 왕산 종법사는 “원불교는 생활 종교를 표방한다. 일상 속의 수행이다. 주위 의견을 물어보니 100명 중 99명이 삭발하지 않기를 바라더라. 나도 동감한다”며 “그분들은 종법사가 딴 세상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분이기를 바라더라”고 답했다.

왕산 종법사는 종법사에 대한 의전 절차도 간소화할 방침이다. “종법실에 대한 접근도 최대한 가능하도록 개방할 생각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제가 대중 속으로 찾아가는 일이다. 앉아서 찾아오는 손님만 맞다 보면, 제가 대중의 마음을 알기가 어렵다고 본다. 저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대중에게, 제가 먼저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애쓰겠다.”

신자의 고령화, 성직자 감소 등으로 모든 종교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원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왕산 종법사는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지난 수천 년간 제도권 종교는 비본질적인 부분이 강화됐다. 그로 인해 종교 본연의 모습은 약화하고, 종교는 세력화했다. 이들 세력끼리 충돌하기도 했다. 이런 종교에 실망해서 종교를 나간 사람도 많다. 저는 종교가 본연의 본질적 모습에 충실하다면, 밖으로 나간 사람들도 다시 돌아올 거라 본다. 저희도 100년 역사 속에서 매몰된 부분이 있다. 그걸 제대로 짚고, 본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왕산 종법사는 “그게 교법 정신의 회복”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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