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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승어부' 다짐했던 이재용 회장, 조직·인적 쇄신 방안 마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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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27일 회장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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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크고 밝게 빛나는 세 개의 별'

삼성전자의 '삼성(三星)'이 지닌 의미다. 크고 밝게 빛나던 '삼성'이 최근엔 먹구름에 가려졌다. 자타공인 1위였던 메모리 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밀릴 판이고 파운드리는 업계 1위인 TSMC와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모바일 부문은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에 위태롭고 가전 부문도 여전히 고전 중이다. 그야말로 삼성전자의 현 상황은 '풍전등화'와 같다. 이에 취임 2주년을 맞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위기 타개를 위해 어떠한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이 회장은 회장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승어부(아버지를 능가함)'를 다짐했던 이 회장이 이끈 삼성전자의 현주소는 어떨까.

우선 반도체 사업부터 살펴보자면 메모리 부문의 경우 굳건히 지켜왔던 글로벌 1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부문은 삼성전자가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분야였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면서 명성에 균열이 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HBM을 빼놓고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장은 SK하이닉스가 꽉 잡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HBM 큰손인 엔비디아 물량을 대부분 소화하며 날개를 단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3E(HBM 5세대) 8단과 12단의 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퍼스트 무버(선도자)'는 고사하더라도 '패스트 팔로워(추격자)'조차 버거운 모습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운드리 부문은 더욱 우울하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점유율은 62.3%이고 삼성전자는 11.5%를 기록했다. 둘 사이의 점유율 차이는 1분기 50.7%P에서 2분기 50.8%P로 오히려 벌어졌다.

더구나 파운드리 부문은 3분기도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만 따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 추정으로 보면 삼성전자 비메모리(파운드리 및 시스템LSI)는 올해 상반기까지 1조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 3분기도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거뒀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경영진의 사과문을 내놨다.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부진으로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하회하자 DS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DS부문이 연이어 시장의 실망감을 안기면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지만 DS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보신주의에 젖은 조직문화, 경영진의 판단 미스 등 초격차를 잃은 삼성전자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부문과 가전 부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집계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8%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켜냈다. 하지만 2위인 애플(점유율 18%)과의 격차는 소수점 차이에 불과하다.

올해 초는 삼성전자가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24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올해 4분기는 작년에 이어 다시 1위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폴더블폰도 삼성전자가 개화한 시장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 등 무서운 속도로 뒤쫓으면서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올해 1분기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폴더블폰 점유율 1위 자리를 화웨이에 내줬던 바 있다.

가전 부문은 AI가전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삼성전자 TV와 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까지 4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8% 줄었고 3분기 2000~4000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 전방위적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를 두고 '초격차를 잃었다', '위기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진원지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 조직문화 개선 등 결단을 내려 할 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10월 25일), 이 회장 취임 2주년(10월 27일), 삼성전자 55주년 창립기념일(11월 1일) 등 주요 일정들을 소화하며 어떠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문제는 속도감이 떨어진 의사결정"이라며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속도감 있는 경영을 하려면 DS부문과 DX부문을 분사시켜 운영하는 등 비대해진 조직을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시장에 내놓을 메시지 또한 중요하다"며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정확히 제시하고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단비 기자 2234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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