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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마이크로 LED 상용화 도전나선 랩엔트 … “공학 난제 해결하는 기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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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민 랩엔트 대표 인터뷰
LG서 28년간 연구원 재직
LG, 삼성 등 연구원과 함께 랩엔트 설립
마이크로 LED 상용화 막는 공법 개발
“다양한 분야에 마이크로LED 활용할 것”


매일경제

이헌민 랩엔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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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궁극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그런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려 합니다.”

‘사업가를 위한 연구소(Laboratory for the Entrepreneur)’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스타트업 ‘랩엔트.’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LG전자에서 28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헌민 랩엔트 대표의 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이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엔지니어는 사회, 국가, 나아가 인류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전 세계 시장에서 상용화를 가로막는 여러 난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비싸도 너무 비싼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랩엔트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마이크로 LED다. 일반 LED의 크기가 500마이크로미터(1um는 100만분의 1m)인데 반해 마이크로LED의 크기는 100um 이하에 불과하다. 작은 만큼 같은 공간에 더 많은 LED를 넣을 수 있어 높은 밝기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크기가 작은 만큼 휘거나 구부러지는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OLED와 비교했을 때 마이크로LED는 수분이나 산소와 접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긴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TV를 비롯해 스마트폰 등 어플리케이션 적용은 제한적이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삼성이 개발한 114인치 마이크로LED TV 가격은 1억8000만원에 달할 정도다.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의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로 ‘전사 과정’이 꼽힌다.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웨이퍼 위에 LED를 만든 뒤 이를 하나씩 기판으로 옮겨야 한다. 이 대표는 “8K TV를 구성하는 마이크로 LED의 개수는 1억개가 넘는데, 이를 하나씩 붙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현재의 기술로 이를 위한 1개 생산라인의 공장을 만들었을 때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TV는 2대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공정으로는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의 가격을 떨어트려 대량생산 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은 것이다.

랩엔트는 이를 ‘소프트랜딩 어셈블리(SLA)’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이크로LED를 물속에서 전기를 걸어줘 자연스럽게 기판에 붙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대표는 “기존 방식으로는 어떠한 혁신이 있다 하더라도 가격을 30% 이상 낮추는 게 어렵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개발한 방식이 상용화된다면 가격이 OLED TV와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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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엔트의 SLA 기술 이미지 [사진=랩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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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마이크로LED를 기판에 원샷으로 장착
랩엔트는 지난 2022년 12월, SLA라는 방식을 기반으로 소면적 기판에 마이크로LED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 워치와 같은 작은 디스플레이에 마이크로LED를 적용하려면 최소 6인치 기반의 기판에서 SLA가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랩엔트는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와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씨드 투자를 받은 뒤 현재 6인치 크기의 기판에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딥테크 팁스’에도 선정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가고 있다. 현재 랩엔트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연구원들이 대거 합류해 관련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6인치 기판에서도 SLA가 잘 작동함을 확인하면 본격적으로 라인을 구축해 대량생산을 시작하려 한다”라며 “최근 대부분의 워치를 OLED로 만들고 있는데 이를 마이크로LED로 바꾸는 게 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워치에 마이크로LED가 적용되면 밝은 환경에서도 워치의 화면을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번 충전한 뒤 더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해진다. 랩엔트는 내년도 6인치 기판에 마이크로LED를 옮기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이를 기반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마이크로LED를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CD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고급 차량을 기반으로 OLED가 조금씩 적용되고 있는데, 여전히 내구성 부문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는 “마이크로LED를 차량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한낮에도 디스플레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라며 “향후 AR, VR과 같은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LED의 상용화에 앞장서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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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마이크로LED TV.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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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필요한 진보 만드는 기업 될 것”
이 대표는 30년 동안 몸담았던 대기업 연구직을 박차고 나온 이유로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는 “현장 경험이 있으니 새로운 연구를 끝없이 해보고 싶었는데 확실히 기업에 남아 있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두렵지만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는 물론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를 검토하며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대량 생산에 애를 먹고 있는 마이크로LED를 떠올렸다.

이 대표는 “이후 수많은 학회를 찾아다니고 직원들과 수많은 논의를 거쳐 SLA라는 기술 아이디어를 얻은 뒤 실제 실험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으로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산업 영역을 찾아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랩엔트는 마이크로LED 외에도 뇌-기계 인터페이스(BCI) 영역에 사용할 수 있는 ‘광자극 브레인칩’도 개발하고 있다. 이 광자극 브레인칩은 뇌에 넣어 빛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장치다. 침습 부위를 최소화하고, 미세 영역을 자극하기 위해 마이크로LED를 이용하는데, 역시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 이 대표는 “우리가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이 칩의 가격을 크게 낮추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라며 “랩엔트를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술적 진보를 구현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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