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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현장in] '시흥 배곧~인천 송도 전력구 공사' 갈등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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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주민편에 서 진행한 3번 소송 모두 패소"…결국 대안노선 마련

배곧주민들, 대안노선에도 반대…"고압선으로 생존권 문제 생길 것"

(시흥=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경기 시흥을 연결하는 송전선로(신시흥~신송도 전력구) 공사와 관련해 시흥시와 시흥 배곧신도시 주민들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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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청사
[시흥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는 주민 편에 서서 사업 주체인 한전과의 소송도 불사했지만 모두 패소해 이제는 시의 미래를 위해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배곧신도시 주민들은 신도시를 제외한 노선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흥시는 23일 오전 9시 10분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려던 '신시흥~신송도 송전선로 관련 기자회견'을 10분여 전에 취소했다.

배곧신도시 주민 50여명이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브리핑룸 앞 복도에 모여 "특고압선 설치 결사반대"를 주장하자 물리적인 충돌 등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당초 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시의 입장과 송전선로 대안 노선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시흥~인천 전력구 공사 사업은 송도국제도시 전력공급을 위해 2026년 6월까지 신시흥변전소부터 신송도변전소까지 7.367㎞ 구간에 지하 70~80m 깊이로 터널을 파서 송전선로(345㎸)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 사업이 포함됐고, 이에 따라 한전이 이듬해인 2016년 제7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반영했다.

그러자 송전선로 노선에 포함된 배곧신도시 주민들은 반대에 나섰고, 시도 한전에 해당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는 등 주민편에 섰다.

시는 2021년 11월 "한전은 해당 노선이 배곧동 심장부를 통과하도록 계획하고도 시흥시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면서 "공사가 진행될 경우 배곧 주민의 생존권과 환경권, 주거권을 크게 침해할 것이 자명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아울러 한전이 전력구 공사 설계를 위해 2022년 3월 지반조성 사용 도로 및 공원점용 허가를 신청하자 사업반대 주민들의 의견 등을 고려해 불허했다.

이에 한전이 불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수원지법은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시는 판결에 불복해 2023년 1월 수원고법에 항소했으나 역시 패소했고 시가 상고신청을 하지 않아 그해 7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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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인천 송도신도시 전력구 공사 반대"
[촬영 김인유]


시는 두 달 뒤인 2023년 9월 장기화된 전력구 공사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에 공사노선계획 취소를 요청했으나 한전이 이를 거부하자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에서도 시는 올해 8월 패소판결을 받았다.

전력구 공사 사업 이슈는 올해 6월 시흥시가 인천시와 공동으로 산자부 국가첨단전력산업 바이오 분야 특화단지에 공동 지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가첨단산업 바이오 특화단지는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정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서 있고 서울대병원과 치과병원이 건립될 예정인 시흥 특화단지는 연구·개발(R&D) 중심의 배곧지구, 창업중심의 월곶지구, 생산기지인 정왕지구와 연계해 조성된다.

다만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전력 공급 관련 인허가 해소가 조건으로 지정돼 신시흥~신송도 전력 문제해결이 선결돼야 한다.

이에 따라 시는 서울대, 한전과 협의해 기존 노선을 바꾼 새로운 노선을 마련했고, 24일 주민설명회에 앞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알릴 예정이었다.

새로운 노선은 배곧신도시 초입인 배곧3로에서 남쪽인 배곧2로로 내려와 한화오션연구소 옆을 지나 서울대시흥캠퍼스를 관통해 신송도변전소까지 이어진다.

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3년간 3번의 소송전을 불사하며 시민들과 함께 한전에 맞서 싸워왔지만 이제 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책사업인 한전 송전선로 건설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오 특화단지는 시흥시가 대한민국 대표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시흥의 미래는 제자리걸음만 할 것이라는 절박감이 있다"고 했다.

시는 이같은 결정이 불가피했다면서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이해와 협조도 당부했다.

시는 조만간 서울대, 한전과 합의한 대안 노선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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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배곧신도시
[시흥시 제공=연합뉴스]


이같은 시의 입장에 대해 배곧신도시 주민들은 "협약은 무효이며, 배곧신도시를 제외한 다른 대안노선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시청에서 만난 주민비대위 관계자는 "특고압선으로 인해 주민들은 건강문제, 생존문제에 시달릴 것"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시와 서울대, 한전이 대안노선을 협의한 것은 잘못됐다, 무효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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