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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트루먼 쇼’ 뺨치는 범행 수법··· 60대 여성 노리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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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3명 중 918명이 60대 이상

건당 피해 액수도 4426만 원

실제 경찰 활동을 시나리오에 반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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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청이나 금융감독원(금감원)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피싱 범행이 늘어나자 경찰이 경고에 나섰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여성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 대비 60대 이상 고령층의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8576명 중 60대 이상은 847명으로, 전체의 10%가량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전체 6523명의 피해자 중 24%에 달하는 918명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20대 이하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76%에서 54%로 급감했다.

2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60대 이상의 피해도 심각하다. 60대 이상의 기관사칭형 수법의 건당 피해액은 4426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체 기관사칭형 피해 건수 중에서 1억 원 이상의 다액 피해 건수도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72% 증가한 763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령층 중에서도 특히 60대 이상 여성 피해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은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면서 정보가 부족해진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한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이유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화·우편·문자 등 최초 접근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뿐, 그 수법은 유사하다. 검찰이나 경찰·금감원처럼 정부로 속여 말하여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라고 속이는 것이다.

기관사칭형 수법은 마치 다른 모든 등장인물에 의해 꾸며진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의 영화 ‘트루먼 쇼’를 방불케한다. 피해자가 카드 배송원, 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원, 금융감독원 과장, 검찰청 검사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사실은 다양한 배역을 맡은 범죄조직원들이다.

이들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해 모든 통신을 범죄조직원들과 연결되게 하고, 카메라와 녹음·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치 기능을 탈취해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다만 최근 범죄 조직은 그 시나리오를 더욱 철저하게 꾸미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과 차장으로 속여 투자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6일에 경찰청장이 중국 경찰과 협력해 대규모 국제 보이스피싱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금을 회수했다”라며 “범인들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를 유도해 심각한 손실을 입혔는데, 선생님의 송금기록도 확인이 된다”는 내용의 메신저가 발송된 바 있다. 이는 실제 지난 5월 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장을 만나서 치안 총수회담을 했던 사실이 시나오리에 반영된 것이다.

사칭범은 “금융감독원에서 범죄자금을 감독 중인데, 투자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전액을 환불해 드리고 있다”라며 신분증과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빼낸다. 이후 피해 보상금은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가짜 가상자산을 전송해주고 향후 가치가 폭등한다며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의 사기 수법으로 전환한다.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은 “기관사칭형처럼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최소한의 키워드라도 숙지해두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라며 “경찰청에서 공개한 시나리오와 예방 영상을 통해 범죄 수법 및 예방법을 익혀두라”고 당부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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