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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35. 트럼프 2.0이 바꿀 미중 경쟁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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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트럼프 리스크’ 대응 비상
더 강력한 對中제재 준비되고 있다


이투데이

미국 대선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와 해리스, 누가 승리할지 예측 불가능한 초박빙인 판세다. 미국 50개 주에서 공화당 트럼프 지지 23개 주, 민주당 해리스 후보 지지 20개 주를 제외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러스트 벨트 3개 주(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와 남부 선벨트 4개 주(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최근 뒤처진 트럼프 지지율이 상승하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각종 여론 조사와 전문가들도 많아졌다.

10월 5~8일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공동 진행한 7개 경합주 사전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가 해리스 후보를 오차범위 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11~13일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와 여론조사기관이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도 트럼프가 해리스 후보를 오차범위 내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선거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의 대선 승자 승률에서도 트럼프가 해리스를 10% 이상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 세계가 향후 트럼프 2.0 시대에 불어닥칠 글로벌 지정학·지경학적 변화와 리스크 분석에 여념이 없다. 특히, 산업 국제분업 구조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에 대비해 국가별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때리기’ 본격화…갈등 커질 것


“2024년 세계가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은 도널드 트럼프다(Donald Trump poses the biggest danger to the world in 2024).”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23년 11월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문장에서 ‘트럼프 2.0 시대가 오면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에 큰 변화가 올 것이고, 관련 국가들은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회귀할 경우 향후 미중관계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한 주변국에 미칠 파급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정책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양당 모두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위협 인식과 미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매우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대중국 견제와 제재를 두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접근전략과 제재 측면에서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존재한다.

해리스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차이나 리스크를 헤징하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인 반면,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에 기반해 전방위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이 본격화될 것이다.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기존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된 대중국 외교와 통상정책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틀은 결국 기존 바이든식 정책기조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리가 경험했던 트럼프 1.0과는 전혀 다른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너무 착하게 굴었다.’ 트럼프가 타임지 인터뷰 때 한 말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묻고 더블로 가’ 식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본격화할 것이다. 바이든식 대중국 전략(수출 및 투자통제와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한 중국압박)을 부분적으로 유지하면서 바이든 정책의 빈틈과 허점을 보완한 강력한 대중 정책과 트럼프식 관세 무기를 동원해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의 공약집인 ‘어젠다 47’과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 정책 개혁안 내용을 보면 대략적으로 향후 트럼프 2.0 시대 미중 전략경쟁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위 2개 문서의 외교·통상 관련 핵심은 ‘마가(MAGA: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실현을 위한 중국 의존도 감축과 대중국 제재 강화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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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일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콩코드/AP뉴시스


중국도 원자재 비축 확대 등 대비


우선 ‘어젠다 47’의 경제·통상·외교 관련 공약을 보면 대중국 규제강화, 보편적 관세 도입과 상호무역법 도입·제정 등 대부분 중국을 겨냥한 정책들이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데이비드 밴스가 서문을 쓴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측근들이 참여해 작성한 것으로 트럼프 2.0의 정치경제 정책의 청사진으로 통한다. ‘프로젝트 2025’에서는 중국을 미국의 안보·자유·번영을 위협하는 ‘전체주의 적’으로 인식하고 외교·경제 방면 강력한 대중국 견제와 제재를 주문하고 있다. 미중 간 경제 디커플링, 수출통제 제품 확대, 중국견제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동맹구축, 최소관세 면제 중단 등 바이든 행정부보다 강력한 대중국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중국이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중국은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익숙해져 있는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길 희망한다. 트럼프 우세론이 확산되자 이미 중국 내부도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한 미중 간 디커플링 작업을 본격화하며 경제적 의존성을 내세운 주변국들과의 관계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네트워크·데이터·사이버 3대 보안법과 수출통제법·관세법 제정뿐만 아니라 탈미국화를 위한 향후 다양한 경제안보 정책들이 발표될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2,0을 대비해 미국의 원자재 공급망 압박에 대해 중국은 지속적으로 원자재 비축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한국에 제재 동참요구 거세질 듯


중국은 미국의 탈중국화와 디지털 경제 탈동조화에 대비해 디지털 차이나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미중 전략경쟁에 맞서 중국식 발전과 기술자립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미국의 자국 내 산업공급망 구축에 대응해 중국식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국기업의 유치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사우스 리딩국가로 주변국 및 개도국 간 정치·경제·외교관계 방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탈세계화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 심화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중 간 충돌과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질수록 우리에게 미칠 파급과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만약 트럼프 2.0 시대가 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함께 직접적으로 대중국 제재와 압박에 한국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국익과 실용 외교적 관점에서 우리의 생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경영연구소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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