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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13] 독도의 가을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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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천연보호구역 독도 삽살개 우리의 모습. 독도에는 천연기념물 삽살개 두 마리가 독도경비대와 함께 지키고 있다./독도수비대


독도에 해국이 피었다. 바닷가 국화라 이름 붙은 해국은 연보라색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척박한 바닷가 암벽에서도 잘 자라 독도의 가을을 화사하게 장식한다. 길었던 여름이 지나고 짧기만 한 가을, 독도경비대에 안부를 물었다.

건네받은 사진 속 해국은 여전히 곱고 독도의 가을은 신비롭다. 독도경비대와 독도지킴이 삽살개 모습도 이젠 독도의 풍경 중 하나가 되었다. 깊어가는 가을 동해를 배경으로 시절 꽃이 피고, 새들이 평화롭게 날고 삽살개 우리와 나라가 뛰어놀고 있다.

거리낌 없이 일상에서 닿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가장 힘이 세다. 하지만, 독도는 부침이 큰 땅이었다. 그렇다 보니 조선시대에는 울릉도와 독도에 주기적으로 수토(搜討)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보내 살폈다. 수토는 수색하고 토벌한다는 의미로, 불법으로 거주하는 사람, 특히 군역이나 공납을 피해 도망간 자를 조사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요 임무는 왜인 탐색이었다. 몰래 우리 땅에 침입해 토산물이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왜인 등이 있는지 살펴 색출했다. 수토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또한 그 흔적으로 울릉도로 가는 뱃길을 위해 순풍을 기다리며 숙소로 사용한 울진 대풍헌(待風軒) 등이 지역 유산으로 남아 있다.

2년에서 3년마다 수토를 해도 왜인들은 울릉도 일대에서 무단 벌채와 어업 활동을 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 이에 1900년 10월 25일 독도를 울릉도 부속 섬으로 명시한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선포했다. 독도에 관한 주권을 행사하며, 혼란 속에서도 우리 땅을 지키려 했던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올해는 칙령을 선포한 날로부터 124주년이 됐다. 울릉군에서는 ‘독도의 날’ 첫 기념행사가 열린다. 울진군에서는 11월 2일과 3일 바람을 기다리는 사람이란 주제로 ‘수토 문화제’를 개최하여 호국 선열의 충의를 기린다. 그 마음이 깃든 천연보호구역 독도는 소중한 우리 국가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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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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