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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北 파병’ 껄끄러운 시진핑, 푸틴에게 속마음 꺼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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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정상회담서 미묘한 만남

러시아 카잔의 브릭스(BRICS) 정상 회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첨예한 의견 교환’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첫날인 22일 두 사람이 회담할 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문제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고 “솔직한 의견이 오갔다”는 전언이 나왔다.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우크라이나전 참전이 사실로 굳어지는 상황이라 ‘북한의 최대 후원국’을 자처해 온 중국의 속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리라고 예상되어 왔다. 이 사건이 유럽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동아시아 안보를 끌어들이는 촉매가 되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이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군사적으로 더 밀접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나토와 EU는 중국을 경제·안보 분야의 ‘경쟁·도전자’로 못 박고, 전방위적 압박의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22일 오후 러시아 카잔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한 시 주석은 정상회담장으로 직행, 푸틴 대통령과 바로 양자 회담을 했다. 북한의 파병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또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두 정상의 회담 내용은 이날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날 회담은 두 정상의 모두 발언만 공개됐고, 나머지 부분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두 정상의 회담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직전에 열린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푸틴 간 회담(50분)보다 약 10분 길었다.

조선일보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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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이 끝난 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의 상당 부분이 우크라이나 상황 논의에 할애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상황 등 국제 정세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도 언급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를 놓고 “시 주석과 푸틴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하면서 중국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러시아의 해명을 요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및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사실상 침묵해 왔다. 중국 외교부는 “모든 당사자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메시지만 반복해서 내놓는 중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까지 북한 파병 주장에 대해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 국영 CCTV와 홍콩 펑황TV 등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만 일방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를 놓고 “중국이 북한 파병을 불쾌해하지만, 공개적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북한 파병을 지지하거나 용인할 경우, 한·미·일·유럽과 북·중·러가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가 확립될 수 있다. 그렇다고 파병에 항의하면 북·러 밀착으로 인해 이미 약화된 중국의 북한 통제력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홍콩 명보는 21일 사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브릭스 정상 회의에서)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절제를 권유하는 중국의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중국 입장을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날 시진핑과 푸틴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러시아와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민감한 이슈들을 회피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대국으로서 세계와 국민을 위한 책임감을 지켜야 한다”면서 “동맹을 맺지 않고 대결하지 않으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인접한 대국(중국·러시아)이 공존하는 길을 탐색했다”고 말했다. 타스와 스푸트니크 등은 “푸틴은 모두 발언에서 ‘브릭스 정상 회의에 앞서 우리의 의견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양자 의제와 국제 이슈를 논의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전했다.

한편 브릭스 정상 회의는 둘째 날인 23일 오전 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브라질·이란·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에티오피아 등 회원 9국 정상들의 본회의가 열렸다. 오후엔 일부 초청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도 참석하는 확대회의가 열렸다. 푸틴과 브릭스 정상들은 이날 “브릭스의 권위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회원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또 “미국 달러가 무기화해 국제 정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브릭스 국가들의 통화를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도 “국제 금융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브릭스에는 니카라과·스리랑카·파키스탄·태국·말레이시아 등 13국이 추가로 가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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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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