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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달아 달아 그림자도 짙은 달아 : '서울달'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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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서울달(SEOULDAL)'은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내놓은 새로운 관광 상품이다. 서울시는 '서울달' 제작에 35억원을 투입했다. 연간 운영비만 12억원이다. 그런데 서울을 밝게 비춰야 할 '서울달'이 마냥 환하지만은 않다. '서울달'을 둘러싼 그림자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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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달’이라는 이름의 계류식 가스 기구가 여의도 공원에 등장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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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환승센터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서울달'을 찍더라고요. 도심 한복판에 저런 게 떠 있으니까 흥미롭긴 해요. 마케팅 측면에서는 성공한 거 같아요(20대 직장인 권이준)."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에 떠 있는 하얀 풍선으로 몰릴 때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을 돌리곤 해요. 도심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니까요(30대 자영업자 이민철)."

지난 7월 6일 여의도공원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서울달(SEOULDAL)'. 지름 22.5m의 이 거대한 달은 '헬륨 부력'을 이용해 수직비행하는 계류식 가스기구다. '서울달' 운영주체인 서울시는 직관적으로 기구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순우리말 '서울'과 '달'을 합성해 이름을 만들었다.

서울달은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내놓은 새로운 관광상품이다.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한강 수변 야외에서 아름다운 서울의 주ㆍ야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서울달과 같은 계류식 가스기구는 부다페스트 세체니 온천(헝가리), 파리 디즈니랜드(프랑스), 올랜도 디즈니월드(미국) 등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정식 개장 후 유료 탑승을 시작한 건 8월 23일부터다. 1회당 최대 30명(파일럿 포함 31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시설을 점검하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화~일요일)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탑승료는 대인(만 19~64세) 2만5000원, 소인(36개월~만 18세) 2만원이다.

그럼 서울달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은 어떨까. 한참 비가 내리다 그친 탓인지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온 지난 9월 13일 저녁 8시 30분. 기자는 대인 요금 2만5000원을 내고 서울달에 올라탔다. 앞뒤 풍경을 쉽게 내려다볼 수 있도록 '가운데 부분'을 뚫어놓은 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독특한 구조여서다. 하늘로 올라가기 직전, 조종사가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승객 간 간격을 조정하면서 당부의 말을 건넸다.

"출발할 때 안전봉을 꽉 잡아야 합니다. 휴대전화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1분, 2분, 그리고 3~4분. 서울달은 이내 130m 정상부에 도달했다. 한강의 물길과 수많은 대교, 국회의사당, 여의도공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북한산과 남산, 잠실 롯데타워까지 보였다. 다른 전망대와 달리 창문이 없어서인지 시원함과 선명함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상공에서 머문 시간은 대략 8~9분. 하강 시간까지 합치면 1회 비행에 대략 15분 걸린다. 비교적 짧게 저무는 서울달은 과연 서울의 명물이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진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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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달 그림자❶ 예산 = 먼저 예산 문제를 살펴보자. 서울시는 서울달을 제작ㆍ설치하는 데만 35억여원을 투입했다. 연간 운영비는 12억원가량이다. 이미 들어간 돈을 제외하고도 한달에 1억여원을 더 쓴다는 건데, 재정적 어려움은 아직까지 없는 듯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9월 한달 매출이 1억4000만원을 기록해 운영비를 상회했다"면서 "'서울달' 표면에 적혀 있는 '서울마이소울(SEOUL MY SOUL)'이란 서울시 브랜드 광고 효과까지 감안하면 그 가치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 정도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거다. 9월 한달 매출은 개장에 따른 '반짝 효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2년 개방한 청와대의 사례를 빗대보자. 개방 직후인 2022년 5월(10~31일) 57만4380명이었던 방문객은 서서히 줄어 같은 해 12월 11만7319명까지 감소했다.

올해(1~9월) 중 2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은 건 5월(20만2909명) 한달뿐이었다. 5월을 제외한 기간에는 모두 10만명대에 그쳤다. 이는 '개장 효과'로 미래가치를 추정하면 큰코다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서울달 그림자❷ 헬륨가스란 변수 = 그렇다고 서울달의 운영비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헬륨가스 공급량에 따라 운영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김경 서울시의회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제326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년 전부터 세계시장에서 '헬륨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헬륨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여지가 커진다.

계약에 따라 공급하는 반도체용 헬륨이야 별문제가 없겠지만, 이벤트용ㆍ공업용ㆍ의료용 헬륨의 수급 문제는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는 거다. 가격이 꿈틀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헬륨은 대부분 수입산이다. 헬륨가스의 가격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헬륨가스의 부력을 이용하는 서울달의 가격을 헬륨의 공급량과 무관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달 그림자❸ 안전문제 = 서울달 밑 그림자는 또 있다. 안전문제다. 서울시는 "안전문제를 철저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고는 언제나 작은 데서 발생한다. 일례로 서울달에서 도심을 촬영하다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면, 생각보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군가는 '지나친 우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실제 탑승하면 그렇지 않다.

언급했듯 서울달엔 창문이 없어 '개방감'이 좋다. 그래서 탑승자 대부분은 서울달 밖으로 스마트폰을 빼내 촬영에 열을 올린다. 그물망이 있고, 조종사가 "반드시 그물망 안에서 촬영하라"고 주의를 주긴 하지만 최대 30명에 이르는 탑승객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휴대전화 스트랩(목걸이 형태)을 제공해 신체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했다"면서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조종사 외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할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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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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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울달의 그림자는 운영 과정에서 생긴 게 아니다. 설치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5월 서울달 계류장을 만들던 시기엔 여의도공원의 녹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달 계류장이 들어선 곳은 교목(17주)과 관목(200주)이 있던 자리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목과 관목을 공원 내 다른 부지로 옮겨 심으면서 추가로 관목 2000주를 더 심었다"면서 "녹지를 훼손한 게 아니라 더 많은 녹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서울달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관광재단 측은 "공원녹지법을 근거로 주민 의견을 법적 절차대로 들었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은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주민은 서울달의 설치 계획을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달을 운영한 지 50여일이 흐른 지난 7일에도 서울시와 주민의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서울시와 주민의 의견을 중재하고 있는 김민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한 주민은 '모든 사람이 해당 기간에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불만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참고: 공원녹지법 제16조2 제2항은 "공원조성계획의 변경에 관해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려면 공보公報와 해당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ㆍ시 또는 군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고, 14일 이상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의 새로운 관광상품 '서울달'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숱하다. 예산이나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절차적 요건이다. 서울달 밑에 깔린 짙은 그림자는 언제쯤 걷힐까. 서울달은 서울시의 기대대로 새로운 '관광명물'로 뜰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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