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문제는 24일 오전 11시 50분 무렵 국정감사 정회 도중 발생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한 직원이 갑자기 쓰러졌다. 주변 사람들이 응급조치를 시도하는 가운데 김 대행이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뭐 하시는 건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다”고 하자 김 대행은 “기다리긴 뭘 기다리느냐”고 반박한 뒤 말리는 보좌진과 함께 국감장을 떠났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 종합 국정감사 도중 방송문화진흥회 직원 한 명이 땀을 흘리며 기절하는 사고가 발생해 의료진이 응급조치 후 이송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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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김 대행이 발언에 앞서 “XX”이란 욕설을 했느냐 여부였다. 국감 속개 뒤 노 의원은 “김 대행이 숫자로 ‘열여덟’이란 욕설을 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대행은 “욕은 안 한 것 같다”며 “정회 중에 일어난 일인 데다, 개인적 한탄을 표현한 것이지 누굴 특정한 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의 최민희 위원장이 편파 진행을 한다며 항의했고, 야당 의원들은 “왜 피감기관장의 욕설을 두둔하느냐”고 반박하며 국감장엔 고성이 난무했다.
급기야 야당 의원과 피감기관장이 고성을 주고받는 흔치 않은 장면도 연출됐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김 대행을 향해 “저 자(者)”라고 하자, 김 대행은 고함치며 “저 자라니요?”라고 대꾸했다. 이에 김 의원이 “인마” “저 자식” “이 새끼”라고 했고, 얼굴이 벌게진 김 대행은 “인마? 이 자식? 지금 뭐하자는 건가”라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심한 표현 쓴 것을 사과한다”고 했지만, 김 대행은 “사과하더라도 진심으로 상황을 살펴서 하는 게 맞지,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이뤄지는 사과는 바람직한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버텼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 종합 국정감사에서 한국방송공사(KBS) 차기 사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박장범 앵커가 윤석열 대통령과 진행한 특별대담 영상을 틀며 질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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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국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김 대행의 욕설이 담긴 영상을 회의장에 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김 대행은 “영상이 나온 부분에 대해선 표현 자체가 부적절한 부분은 제가 인정을 하겠다.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제가 국감에 네 차례 출석했고, 저희 직원들이 쓰러진 적 있을 정도로 굉장히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저도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런 상태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나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최 위원장은 “사과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 모욕죄 고발 안건 표결을 강행했고,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민주당 과방위원 등은 입장문을 내고 김 대행의 해임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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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KBS 이사회가 박장범 앵커를 KBS 차기 사장 후보로 임명 제청한 것도 과방위의 주요 쟁점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이 위법이라고 판시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언급하며 “2인 체제에서 임명한 무자격 이사들이 불법적으로 사장 후보를 추천한 한편의 코미디”(이훈기 의원)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애초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의 상습적 탄핵과 차기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재판부가 이런 행태에 면죄부를 준 것”(박충권 의원)이라고 반박했다.
박 앵커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파우치’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언급했던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훈기 의원은 “윤 대통령의 술친구인 박민 사장이, 김건희 여사의 머슴을 자처한 박장범에게 밀린 것”이라며 “이제 KBS는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정권의 보은 인사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연임에 실패한 박민 사장에게 “이런 상황에서 나와주셔서 개인적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박 사장은 이날 얼굴 근육 떨림 증세로 최 위원장의 허가를 얻어 잠시 국감장을 비우기도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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