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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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일회용컵 보증금제’(보증금제) 대신 ‘무상제공 금지’를 추진할 수 있도록 업계·언론 등 ‘우군화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동원하겠다는 기획을 담은 환경부 내부 문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국회에 “전국 시행이 아닌 지자체 자율로 시행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하는 등 법률로 정해진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레 공식화했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폐지하려는 목적으로 환경부에서 작성한 문건에 대해 “이유가 어찌됐든 여러 혼란과 우려, 오해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고 말했다. 앞서 8일 한겨레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환경부 내부 문건을 보면, 환경부가 일회용컵 무상제공 금지(유상 판매) 정책을 추진하면서 학계, 소상공인·업계, 국회, 시민사회, 언론 등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하여 대안검토 과정을 객관화하고 여론 환기를 유도하며, 국회 내 논의 및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문건엔 “언론 기획 기사를 통해 문제점, 해외 사례, 대안 제시를 10월부터 11월까지 3회에 걸쳐 한다”, “특정 시민사회가 (환경부) 대안에 대해 지지 표명하도록 유도” 등의 내용도 담겨 논란이 됐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그 내용은 부적절하다”며 “그 문건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임은 장관에게 있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 방향을 보고하면서 “현 제도를 획일적이고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이런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법률로 규정된 전국 확대 시행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환경부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방향 논의자료’를 보면, 환경부는 “전국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기준·방식으로 적용하기보다 지역 여건에 맞게 대상·기준·방식을 정하는 걸로 결정했다”며 “지자체에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대형시설·일정구역 중심 점진적 확대”, “프랜차이즈 단위 자발적 시행 촉진” 등도 추진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일회용컵은 재활용 가치가 개당 4.4~5.2원으로 감량 효과가 적으나 회수·재활용을 위해 매장당 부담해야 할 컵 처리비용은 43~70원으로 전국 확대 시 매장당 연평균 200만원 이상의 부담이 예상된다” 등 문제가 된 내부 문건에서 쓰였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기도 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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