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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사설]2분기 ‘역성장’ 이어 3분기 성장률 0.1%… 민망해진 정부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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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에 비해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한국은행이 밝혔다.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0.5%에 크게 못 미쳤다. 2분기 역성장(―0.2%)에 이어 ‘제로성장’ 수준에 머물렀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믿었던 수출마저 한풀 꺾인 영향이 컸다. “수출·제조업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내수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거듭 강조해온 정부의 낙관론이 민망할 지경이다.

3분기 수출은 2분기보다 0.4% 줄었다. 정보기술(IT)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자동차 화학제품 전기장비 등의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저조했다. 반면 수입은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1.5% 늘었다. 이에 따라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로, 성장률을 거의 1%포인트 가까이 깎아먹었다. 민간소비가 0.5% 증가했지만 전 분기 소비 감소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기대 수준의 회복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으로 부진함에 따라 정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2.6%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해졌고, 한은 전망치 2.4%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출 여건과 대외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2개월 연속 증가해온 수출은 이달 들어서는 20일까지 2.9% 줄었다.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급속히 둔화하고 있고 자동차, 철강·석유 제품, 선박 등 대부분의 수출 전략제품이 고전하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이후 무역 장벽이 높아질 수 있어 경제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 한국의 경제 체력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2.0%에 그쳐 처음으로 미국에 역전당했다. 이런데도 저성장 탈출을 위한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정부는 낙관론만 반복하지 말고 수출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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