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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샤이 트럼프'냐 '히든 해리스'냐…역대급 초접전, 숨은표 전쟁 [美대선 D-11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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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내달 5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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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이면 정확히 열흘 앞으로 다가오는 미국 대선의 현재 판세는 누구도 승부를 단언하지 못하는 역대급 초접전 양상으로 요약된다.

각 주(州) 인구비례로 할당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에서 과반 270명을 선점하면 이기는 미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경합주서 앞서지만 ‘깻잎 한 장’ 차



23일(현지시간) 미 선거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을 종합해 낸 7대 경합주별 평균치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두 앞서고는 있지만 오차범위 내여서 우위를 장담하긴 힘들다. 해리스 부통령과의 격차는 ▶펜실베이니아(0.5%포인트) ▶미시간(0.2%포인트) ▶위스콘신(0.1%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0.5%포인트) ▶애리조나(1.6%포인트) ▶네바다(0.7%포인트) ▶조지아(2.4%포인트) 등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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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추세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10일 TV토론에서 ‘판정승’을 거둔 후 7대 경합주 가운데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등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선전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나갔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RCP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7대 경합주 종합 평균 지지율에서 47.8%대 47.8%로 해리스와 동률을 이루며 골든크로스에 성공한 이후 격차를 조금씩 벌려 23일 기준 0.8%포인트(트럼프 48.3%, 해리스 47.5%)까지 벌려놨다. 해리스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러스트벨트에서 트럼프가 맹렬한 기세로 추격해 판을 뒤집고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남부 지역)에서 해리스와 격차를 꾸준히 벌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D-10 여론조사서 안 잡힌 ‘샤이 트럼프’



투표일을 약 열흘 시점에서의 이같은 후보 지지율은 11월 5일 대선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트럼프가 출마한 2020년ㆍ2016년 대선에서 D-10 시점의 후보 지지율과 실제 대선 득표율을 중앙일보가 비교한 결과, 경합주에서 거의 대부분 트럼프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보다 적게는 2.2%포인트, 많게는 6.9%포인트까지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이른바 ‘샤이 트럼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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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주목할 대목은 과거 ‘블루월’(민주당 우세 지역)로 꼽혔던 러스트벨트에서 숨은 트럼프표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3일 대선을 열흘 앞둔 10월 29일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RCP 기준) 상으로는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에서 트럼프 후보를 5.3%포인트ㆍ9.0%포인트ㆍ5.4%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실제 대선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각각 1.2%포인트ㆍ2.8%포인트ㆍ0.7%포인트 미세한 격차로 신승했다. 결과적으로 숨은 트럼프표(실제 득표율-여론조사 지지율)는 각각 4.1%포인트ㆍ6.2%포인트ㆍ4.7%포인트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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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D-10 시점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승리 가능성 99%’라던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과소평가’ 경향이 더 짙었다. 트럼프가 2016년 11월 8일 대선에서 실제 기록한 득표율과 대선 열흘 전인 10월 29일 기록한 여론조사 지지율(파이브서티에이트 기준) 간 격차는 펜실베이니아(+6.5%포인트)ㆍ미시간(+6.6%포인트)ㆍ위스콘신(+6.9%포인트) 등이었다. 10월 29일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당시 힐러리 후보가 7대 경합주 중 5곳을 넉넉하게 이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 후보가 네바다를 제외한 6곳을 휩쓸었다. 경합주 7곳 중 네바다만 유일하게 힐러리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실제 득표율을 0.1%포인트 더 많이 가져갔을 뿐 나머지 6곳 모두 샤이 트럼프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샤이 트럼프 또 위력 발휘시 당선 가능성↑



만약 이번 대선도 과거처럼 숨은 트럼프표가 위력을 발휘할 경우 현재 경합주 7곳의 ‘깻잎 한 장’ 차이가 더 커지면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최근 위기감이 높아진 배경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승리’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흑인ㆍ히스패닉ㆍ젊은 층 유권자들의 결집이 위험할 정도로 느슨해졌다”는 미 언론의 평가가 나오지만 선거 막판에는 이들이 결국 해리스 지지로 돌아올 것이라고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히든(숨은) 해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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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애스턴에서 열린 CNN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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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안 밝히는 히든 해리스 변수도”



선거 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의 드류 사비키 선임연구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사회에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다소 있다”며 “남편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적잖은 여성들이 해리스에게 투표하는 ‘샤이 해리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합주를 돌며 흑인 남성들에게 해리스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 효과’가 얼마나 힘을 낼지 주목되는 건 그래서다.

막판 최대 변수는 투표율이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정치학)는 “대선 레이스의 최종 결과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투표율”이라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가능성이 높아 해리스에 유리할 거란 관측이 많다.



승부 가를 최대 변수는 투표율



다만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 만큼 유불리를 속단하긴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조지아주 한 교회에서 기독교계 유권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반드시 투표하라고 독려한 뒤 “우리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사전투표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투표하러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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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덜루스의 가스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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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반으로 접어든 선거가 여전히 접전 구도로 이어지며 후보 간 네거티브 공격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해리스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는 ‘히틀러가 가졌던 장군을 원한다’고 켈리가 말했다”며 “켈리 말에 따르면 트럼프는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다. 해리스는 이날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도 “트럼프는 미국의 안녕과 안보에 위험하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조지아주 유세에서 해리스를 향해 “이 여자는 미쳤다. 역대 최악”이라고 맞받았다.

첨예한 대혼전 양상 속에 선거 당일 밤 당선자 확정은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특히 경합주에서 사전 우편투표 개표가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사전투표 참여자는 23일 기준 2650만 명(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 집계)에 이르며 이중 우편투표가 157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선 때에도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본투표함이 개표되면서는 트럼프가 앞서나갔다가 우편투표가 뒤늦게 개표되면서 바이든표가 쏟아지며 약 8만표 차 역전승을 안긴 바 있다. 선거일 이전 우편투표 개표가 가능한 일부 주와는 달리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선거일 당일부터 투표용지 개봉이 허용되는 만큼 이번에도 이 지역 승자를 가리는 데는 2~3일이 걸릴 것 같다는 전망이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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