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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뱃살 빼기가 가장 어렵다? 비만 명의의 답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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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는 정상인데 배가 볼록 나오면 마른 비만이다. 근육량은 적고 팔다리는 가늘고, 마치 거미 같다고 해서 ‘거미형 비만’이라고 한다. 마른 비만 환자가 증가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마른 비만 진단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정식 통계는 없지만, 진료실을 찾는 환자를 보면 마른 비만 증가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백발의 비만 명의’이다. 30년 가까이 비만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해 왔다. 각종 지상파 방송의 단골이다. 최근엔 EBS의 ‘귀하신 몸’ 1, 2편에서 마른 비만 해결사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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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우 가정의학과 교수가 31일 경기도 동국대학교일산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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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현대인의 숙명 같은 병이다. 현대인은 불룩한 뱃살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부딪치고 깨지고, 다시 부딪치고 깨지고를 반복하지만 비만은 우리를 비웃는다. 비만과의 싸움에서 ‘100전100패’한 현대인이 위고비·오쳄픽 같은 혁신적인 비만약의 등장에 환호한다.

포털에서 비만을 검색하면 의원·한의원·클리닉 광고가 줄줄이 뜬다. 유튜브를 검색하면 마우스를 끝없이 스크롤해야 한다. 각종 다이어트, 케이블TV 프로그램 등이 끝없이 나온다. 금방 정보의 홍수에 휩쓸린다.



“잘못된 다이어트 정보 판친다”



오 교수는 잘못된 정보, 상업적 정보를 극도로 경계한다. 잘못된 다이어트,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송곳처럼 파고든다. 그는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비만보다 복부비만의 위험성을 중시한다. 정부의 비만 기준에 체질량지수보다 복부비만을 중심에 놓자고 제안할 정도다.

Q : 복부비만이 뭔가.

A : 키와 상관없이 허리둘레를 따진다. 남자는 90cm(35.4인치), 여자 85cm(33.5인치) 이상을 말한다.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고 운동은 잘 하지 않으면서 저녁에는 술을 즐기면 배가 볼록하고 팔다리가 가는 거미형 비만이 된다. 50, 60대로 나이가 올라갈수록 근육이 빠지는 노화 현상과 결합해 늘어난다. 몸무게가 적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Q : 왜 그게 문제인가.

A : 마른 비만이 되면 체지방량은 많고 근육량은 적다. 안 움직이고 운동을 안 하니까 근육이 빠진다. 근육은 에너지를 발산해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데, 이게 줄면 금방 살이 찐다. 체지방이 많은 것도 문제인데, 근육량까지 적으니 여러 대사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야기한다. 근육이 지지해 주지 못하니 무릎관절염·허리 디스크도 생긴다.



BMI 비만보다 복부비만이 훨씬 위험



Q : 그게 위험한가.

A : 내장지방은 매우 위험하다. 팔다리 지방보다 나쁘다. 뱃속 지방은 내장과 장기 사이에 층층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게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뇌졸중·녹내장을 야기한다. 심근경색도 야기한다. 신장·갑상샘·전립샘·유방·대장 등의 암 발병과 밀접하다. 피하지방도 위치에 따라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목 주변에 지방이 쌓이면 심한 코골이가 돼 깊은 잠을 못 자고 수면무호흡증이 돼 급사의 원인이 된다.

Q : 내장지방도 양으로 측정하나.

A : 물론이다. 보통 복부 CT를 찍어서 검사하며 100㎠ 넘으면 여러 질병의 위험이 커진다. 허리둘레가 복부비만 기준을 넘고 피하지방이 작게 만져진다면 내장지방이 클 가능성이 크다. 동맥경화 속도가 빨라지고,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현대인의 생명을 위협한다.

Q : 비만은 유전인가.

A : 꼭 그렇지는 않다. 순수하게 단일 유전자에 의해 생기는 비만은 5% 미만이다. 다만 부모가 비만이면 자식도 비만일 확률이 40~70% 정도로 보면 된다. 다양한 유전자가 주변 환경, 생활습관, 식습관과 연관돼 나타난다. 이런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중앙일보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BMI 비만보다 복부비만의 위험성을 중시한다. 키와 상관없이 허리둘레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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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0’ 다이어트 “NO”



체중을 줄이기 위해 가장 흔히 행하는 다이어트가 ‘식사는 하되 밥은 안 먹는 것’이다. 주변에서 “고기를 먹고 밥을 안 먹으니 살이 빠진다”고 말한다. 이게 옳은 방법일까. 오 교수는 “권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의 설명.

" 탄수화물을 줄이면 단기간에 살이 빠지는 건 맞다. 그러나 몇 달 못 간다. 에너지가 있어야 뇌와 심장이 돌아간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부위가 뇌다.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에 문제가 생긴다. 또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근육 소실로 이어진다. 우리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근육에서 빼다 쓴다.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 빠진다. 근육이 줄어 기초대사량이 부족하면 나중에 요요현상이 생긴다. 장수나 뇌 건강을 위해서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

오 교수는 “칼로리의 50%를 탄수화물로 채워야 한다. 기존 연구를 종합하면 이 비율로 먹는 게 사망률이 가장 낮다. 낮거나 높으면 사망률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탄수화물이 문제가 아니라 정제된 탄수화물이 문제”라고 지목한다. 그게 바로 흰쌀밥·흰빵·설탕·과당·감자 등이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들이다. 그런 당을 줄이자는 게 중요하단다. 대신 잡곡밥·통밀빵·호밀빵 같은 걸 먹어야 한다. 흰쌀밥은 순간적으로 혈당을 빨리 높인다. 잡곡밥은 섬유소·미네랄 등의 여러 성분이 들어 있고, 혈당 흡수 속도를 늦춘다. 흰빵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분비된 인슐린은 지방 분해를 방해한다. 잡곡밥은 그렇지 않다.



간헐적 단식, 한 끼 먹기도 “NO”



하루 한 끼만 먹거나 간헐적 단식은 어떨까. 오 교수는 이 역시 권하지 않는다.

" 효과 있는 사람이 있긴 하다. 일부만 그렇다. 일반적으로는 효과 없는 사람이 많다. 식사를 안 하면 우리 몸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온다. 그게 지방 분해를 방해하고 지방을 축적하고 저장한다. 뱃살이 많이 생긴다. 스트레스가 적어야 하고 운동도 재미가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

Q :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이 있다는데.

A : 그렇지 않다. 열심히 등산과 운동을 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지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습관을 곰곰이 따져보면 원인이 다 있다. 열심히 운동하고 나서 친구들과 파전에 막걸리를 마신다더라.

Q : 뱃살 빼기가 가장 어렵다는데.

A : 거짓말이다. 잘못된 다이어트를 해서 그렇다. 제대로 다어이트하면 뱃살부터 빠진다. 얼굴부터 빠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근육이 빠진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단시간에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면 근육이 빠진다. 제대로 하면 내장지방이 빠지고 뱃살도 빠진다. 윗배-상체 지방-아랫배 순으로 빠진다.

(계속)

“전문가랍시고 식단 짜 주거나 이렇게 먹으라고 권고하는 건 하수나 하는 행동이다”

비만 명의는 이렇게 일침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구독하시면 그가 알려준 킬러 다이어트법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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