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주택용·일반용 요금 인상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며 “상대적으로 여력이 많은 수출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인상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계속 올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온 바와 같다.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운 ‘전기요금의 정치화’로 한전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산업경쟁력은 약화일로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41조원이고, 부채 규모도 6월 현재 203조원이다. 하루 이자만 120억원이 넘는다.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정부가 요금 인상을 미룬 채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판 결과다. 문제는 한전만이 아니다. 대기업의 전기요금은 2020년 12월 이후 8회나 올라 4년 만에 전기료 부담이 70% 늘었다. 가정용 요금 인상률(38%)의 두배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가면서 기업들의 탈(脫)한국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전력 사용량이 많은 석유화학과 철강업체들이 싼 전기료를 찾아 동남아 등지로 공장을 이전 중이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변동분을 분기마다 전기요금 산정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2021년 도입했으나 매번 정치 논리에 밀려 관철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기형적 전기요금 체계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 전력시장에도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가정용 등도 원가에 맞춰 요금을 현실화하되 취약 계층을 위한 별도 지원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독립적인 전기요금 결정 위원회 등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한 채 요금을 결정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정부는 주택 및 소상공인 요금 동결에 ‘민생’을 앞세우지만 한전의 적자 누적은 결국 서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고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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