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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기자수첩] ‘외국인 가사 도우미’ 한국에 머물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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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필리핀 이모’로 불리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 2명이 입국한 지 41일 만에 지정된 숙소를 벗어났다. 이후 두 사람은 20일이 지난 뒤 부산에서 당국에 붙잡혔다. 애초에 가사 도우미 역할로 들어왔는데 숙박업소 청소부로 일하러 나갔으니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입국 66일 만에 강제 출국당했다.

이번 일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는 우리가 필요해서 불러들였다. 그들은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 한국에 왔다. 현지에서 780시간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땄다. 범죄 경력 조사와 마약 검사도 받았다. 어려운 과정을 통과했으니 한국에 오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주 30~40시간 일하면 월 154만~206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돈을 모두 손에 쥘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정된 숙소의 숙박비, 도우미로 일하는 가정으로 출퇴근하는 교통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100만~150만원만 남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셈이다. 또 성인인데도 거주지가 지정된 숙소로 제한됐고 밤 10시가 되기 전에 숙소로 오도록 하는 통행 금지도 당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을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문제에 공감하면서 일부 해법도 제시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 관리사가 도우미 활동을 하는 가정에 입주해 숙박비와 교통비를 아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통금도 해제하기로 했다. 체류 기간도 늘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시범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를 고려해 다른 형태의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무엇이 우리 실정에 적합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에서 가사 관리사를 받아들이고 이들이 가정에서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필리핀 여성만 받아들이고 있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은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어느 범위까지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게 할 것인지, 가사 관리사에게 어느 정도로 합당한 처우를 해줄 것인지 등을 고민하게 만든 것이 ‘필리핀 이모’ 2명의 숙소 이탈과 강제 출국이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우리 국민과 돈을 받고 서비스를 하는 외국인 가사 관리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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