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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글로벌 빅파마 모인 싱가포르, 비결은 개방성…한국, 폐쇄성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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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피터 장(장현기)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 수석과학자가 전라남도 화순 '2024 화순국제백신·면역치료포럼'에서 마련된 언론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사진=구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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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로컬(현지)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러니 국내에서 자생한 기업이나 해외에서 들어온 기업이나 다 똑같은 싱가포르 회사인 거죠. 순혈주의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지 않으면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피터 장(장현기)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 수석과학자가 지난 24일 전라남도 화순 '2024 화순국제백신·면역치료포럼'에서 마련된 언론인터뷰 중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밀집한 바이오클러스터 '바이오폴리스'를 갖춘 싱가포르처럼 도약하기 위해선 한국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해소돼야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반도체, 바이오 등 특정 분야에서 15년 장기 계획을 수립해서 정부와 민관이 호흡을 맞추는 민관협력사업(PPP)을 진행한다.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접근성이 좋다는 지리적 특성도 있지만 다케다, 입센, 론자 등 글로벌 기업이 싱가포르를 아태 거점으로 선택한 것엔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PPP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장 박사는 "특정 분야는 민관이 합동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연구에서 생산까지 빨라야 15년 정도 걸리는데 어떤 민간 회사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개발해 시장 안착까지 시킬 수 있겠냐. PPP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민관이 협력하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가능한 건 싱가포르의 정치적 배경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싱가포르는 의원내각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집권당인 인민행동당의 의회 의석 장악률이 높아 사실상 일당독재 국가로 알려져 있다. 장 박사는 "한국의 경제 규모, 문화, 정치 시스템에 맞는 전략은 따로 있을 것"이라며 "다만 PPP를 잘 운영하는 싱가포르, 미국, 중국 등의 모델을 공부하고 벤치마킹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제약사를 유치할 수 있으려면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장 박사는 "싱가포르는 심플하게 접근한다"며 "정부는 PPP를 통해 세금을 위탁받아 국민을 위해 투자하고, 그 수익을 국민에게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투자받는 기업이 어디 건지, 관리하는 나 같은 사람의 국적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 박사는 "일본이 반도체 리더십을 잡자마자 놓친 것은 일본의 폐쇄성 때문"이라며 "해외 자금이 투자되기도 어렵고 일본 회사가 해외 진출을 해도 일본인끼리 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도 상당히 폐쇄적인 면이 있고 이걸 극복할 시기가 왔다"며 "한국엔 전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가진 자국 기업이 이미 존재한다. 그 말은 외국 기업이 투자하기 좋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인구, 국내총생산(GDP) 등 자원이 훨씬 많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 전략만 잘 만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가 지금까지 한국을 위해 50년 달렸던 것처럼 바이오도 한국의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순(전남)=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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