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 앞에 세워진 강익중의 '네 개의 신전'[아르데집트/이엔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앞에 한글로 아리랑이 적힌 대규모 신전이 들어섰다.

설치미술가 강익중(64)이 24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시작한 국제미술전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 전시에서 선보인 '네 개의 신전'(Four Temples)이다.

네 개의 대형 직육면체 형태인 이 작품은 외벽에 한글과 영어, 아랍어, 상형문자로 아리랑이 적혔고 내벽은 한국 전쟁 실향민과 어린이, 난민을 포함해 전 세계인들이 꿈과 소망을 담아 그린 그림 5천16개로 구성됐다. 각각 가로, 세로 20cm 보드에 인쇄된 그림은 철골구조에 매달려 사막의 모래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고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이집트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 유적지에서 열린 '포에버 이즈 나우' 전시에서 낙타를 탄 관광 가이드가 강익중의 '네 개의 신전' 앞을 지나는 모습[AP=연합뉴스]

강익중은 가로, 세로 각각 3인치(약 7.6cm) 크기의 작은 정사각형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나 글자 등을 수천개, 수만개 모아 대규모로 설치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글을 소재로 한 작업을 많이 해온 작가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작업과 2020년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광화문 아리랑' 등 국내외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에 높이 22m의 '한글벽'을 세우기도 했다.

강익중 작가[강익중스튜디오/이엔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한글신전 작업은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 아인샴스대에서 이집트 학생들을 상대로 한글로 '내가 아는 것'을 쓰는 프로젝트를 한 데서 출발했다. 작가는 당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이집트 신전의 건축 요소를 도입하고 이번 전시의 전체 주제인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문명'을 반영해 한글 외에도 영어, 아랍어, 상형문자를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강익중은 "이 작품에서 관객들이 많은 사람의 꿈과 도전에 공감하면서 각자의 마음에서 치유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에버 이즈 나우' 전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집트의 현대미술 전시다. 강익중 외에도 각국에서 12명이 참여해 11월 16일까지 열린다.

작품 모습[강익중스튜디오/이엔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